틱톡에서 만들어진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신조어가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외신들이 최근 보도했다.
1만 명 이상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틱톡커 자이드 칸은 최근 뉴욕 지하철 모습을 촬영하며 “나는 최근 ‘조용한 사직’이라는 용어에 대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용한 사직’은 실제로 일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일을 필요 이상으로 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는 일이 곧 삶인 ‘허슬 컬쳐’를 따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다른 틱톡커들도 해당 용어를 소개하고 월스트리트저널, 가디언 등의 외신에서 이를 다루면서 ‘조용한 사직’이란 신조어는 널리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용어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조용한 사직’의 정의도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떤 이에겐 일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를 뜻하는 반면, 또 다른 이들에겐 별도의 수당 없인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고 있다고 답한 직장인은 32%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조용한 사직’ 현상은 미국에 널리 퍼진 ‘허슬 컬쳐(hustle culture)’와 정반대되는 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허슬 컬쳐는 개인의 생활보다 일을 중시하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승진, 진급 등 개인의 성취를 권장한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일에만 몰두하게 만들거나 지나친 압박을 가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포브스는 지난 3월 허슬 컬쳐가 바쁜 삶을 미화하는 문화라며 소진되지 않고 일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코로나 팬데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삶에서 일을 우선시하는 것이 심리적·육체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글로벌 최고인사책임자(CPO)는 워싱턴포스트(WP)에 “‘조용한 사직’은 회사에서 경계를 세우는 것 이상의 문제로, 팬데믹이 끝자락에서 다수가 겪고 있는 피곤, 좌절과 관련이 있다”며 “사람들은 우선순위를 재평가하고 있으며 사회적 단절이 변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용한 사직’ 현상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일부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며 직장 동료들에게 수동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미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테크 회사에 다니는 가브리엘 저지(25)는 몇몇 이들이 ‘조용한 사직’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직장에서 수동공격적인 태도는) 모두에게 좋다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타요 베로는 “(’조용한 사직’을 통해 더는 하지 않으려는) 무급 노동의 상당 부분은 유색인종 여성들”이라며 “사람들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