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지난 8일(현지시각) 세상을 떠난지 사흘이 지났지만 전세계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가에서는 여왕의 죽음을 조롱하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다. 소셜미디어에 축하와 조롱 글을 쏟아낸 이들은 여왕을 ‘제국주의의 상징’이라고 칭하면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9일(현지시각) 아이리시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8일 아일랜드와 스웨덴의 유로파 컨퍼런스 리그 경기가 열린 더블린 탈르흐트 경기장 관중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관중들은 주먹을 휘두르고 박수를 치면서 “여왕이 죽었다”(Lizzy’s in the box, in the box!)라는 가사를 넣어 노래를 불렀다.
관중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논란이 되자 경기장 홈팀인 섐록 로버스 구단은 성명을 내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구단 측은 “어제밤 경기에서 관중들이 구호를 외쳤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이런 냉담한 구호는 용인되지 않으며 구단이 상징하는 가치에 위배된다”고 했다.
여왕을 향한 조롱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아일랜드 네티즌들은 ‘우리가 간다’(HERE WE GO)는 해시태그를 달고 여왕의 서거를 축하했다.
아일랜드에서 여왕에 대한 반감이 터져나온 것은 오랜 역사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800년 가까이 영국으로부터 식민지배를 받았고, 이 기간 동안 자국어인 게일어는 거의 말살됐다.
영연방 국가인 호주의 한 의원도 여왕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메흐렌 파루키 녹색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생전 여왕과 알고 지냈던 분들에게는 조의를 표한다”며 “나는 훔친 생명과 땅, 식민지 사람들의 부를 기반으로 건설된 인종차별 제국의 지도자를 애도할 수 없다”고 적었다.
영국과 영토 분쟁을 이어온 아르헨티나에서도 여왕의 죽음을 축하한다는 발언이 나왔다. 아르헨티나는 여왕 재임 시기였던 1982년 영국과 포클랜드 전쟁을 벌였고, 포클랜드 제도는 영국령이 됐다.
아르헨티나 TV진행자이자 기자인 산티아고 쿠네오는 지난 8일 생방송 도중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뻐했다. 그는 “늙은 X이 죽었다”면서 “그녀는 영원히 끝났다. 마침내 그녀를 데려간 사탄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현지 네티즌들 또한 “동감이다”, “대부분의 아르헨티나인과 같은 생각”, “아일랜드인과 아르헨티나인이 같이 있었다면 축제였을 듯” 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