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가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대반격’에 성공한 배경에는 미국과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작전 조언’이 있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두 나라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7월부터 민감한 정보까지 모두 공유하며 작전의 세세한 부분까지 긴밀하게 논의했다는 것이다.
NYT와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당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시로 우크라이나군이 독자적으로 마련했다.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일시에 동원해 헤르손부터 흑해 연안을 따라 돈바스 지역이 시작되는 마리우폴까지 러시아에 빼앗긴 남부 지역을 대거 되찾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 내에서 “지나치게 무모하다” “병력 손실이 심할 것” “희생과 비교하면 영토의 신속한 탈환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우크라이나군 수뇌부는 고심 끝에 미국과 영국 군사 정보기관에 이번 작전 내용을 모두 공개하고, 평가를 요청했다. “군이 상세한 작전 정보를 미국과 영국에 미리 공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우크라이나 언론들은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나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군사 보좌관 및 우크라이나군 수뇌부와 회의를 거듭했다. NYT는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작전 내용을 토대로 ‘워게임(전쟁 모의실험)’을 벌였고, 이 작전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미국은 대신 성공 가능성이 큰 ‘대안 작전’을 제시했다. 또 러시아군 주요 부대의 위치 정보와 미군이 분석한 러시아군 취약점도 제공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전선을 공략할 것에 대비하면서 북동부 지역 병력 보강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남부의 병력을 북부 지역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것이 어려울 것이란 첩보도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바탕으로 전선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남부 헤르손과 북동부 하르키우주 등 두 곳에서 러시아군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작전 계획을 수정했다. NYT는 “미국과 영국 군사 정보기관이 이 계획을 워게임으로 검증해 보니, 이번에는 작전이 성공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작전 실행을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추가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은 즉각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발사 가능한 사거리 300㎞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미사일, 대(對) 레이더미사일(HARM) 등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러시아가 정예군을 남부 전선에 배치하면서 (북동부에) 공백과 약점이 생겼다”며 “이번 작전의 성공은 우크라이나군이 우방국과 협력을 통해 복잡한 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