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이탈리아 총선 결과는 유럽의 리더 국가 중 첫 극우 성향 정권이 나왔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의 탄생을 예고해 큰 관심을 모았다. 예상대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가 총리가 될 경우, 유럽의 여성 대통령과 총리는 현직만 따져도 총 1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유엔이 ‘유럽 국가’로 구분하는 나라가 총 44개국임을 감안하면, 약 3분의 1 가량이 여성 리더십에 의해 유지되게 되는 셈이다. 총리 등극이 유력한 멜로니 대표를 포함, 지금 유럽을 이끄는 여성 리더 15명의 면면을 간추려봤다.
1.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
지난 9월 6일 영국의 새 총리가 됐다. ‘철의 여인(Iron Lady)’이라고 불린 마가렛 대처 전 총리(재임 1979~1990년), 테레사 메이(2016~2019년)에 이어 영국의 여성 총리는 벌써 세번째다. 세 사람 모두 진보로 여겨지는 노동당이 아닌, 보수당 출신이다. 트러스 총리는 대처 전 총리를 롤 모델로 여긴다. 감세와 규제 완화를 내세워 성장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경제 정책, 초지일관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는 스타일 등이 닮았다. 감세를 내세운 이른바 새 경제 정책이 금융 시장의 혼란을 몰고 오며 “집권 초기부터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영국 경제를 위해 어려운 결단을 했다”며 ‘후퇴는 없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1975년 생으로 올해 47세, 옥스포드대 정치·철학·경제과정(PPE)을 나왔다.
2.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2015년부터 덴마크 사회민주당 당수가 됐고, 2019년 6월부터 총리를 맡아 만 3년 넘게 집권 중이다. 덴마크에서는 두 번째 여성 총리이고, 덴마크 역사상 최연소 총리이기도 하다. 1977년생으로 올해 45세다. 대학 졸업 후 덴마크노동연맹에서 2년간 일한 것을 빼면 2001년 총선에서 처음 의원이 된 이후 줄곧 정계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당 대변인, 당 사회정책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얼굴을 널리 알렸고, 2011년 고용부 장관, 2014년 법무부 장관을 거쳐 바로 다음해 당대표가 됐다. 좌파지만 이민 문제에 대해서는 우파의 입장에 가깝고, 유럽의 경제·외교정책이 지나치게 자유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EU의 신종 코로나 대응도 자주 문제삼아 “덴마크 역사상 유럽에 가장 회의적인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3.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
스톡홀름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 출신으로 재무장관과 사회민주당 원내 대표를 거쳐 지난해 11월 스웨덴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됐다. 1720년 퇴위한 울리카 엘레오노라 여왕 이후 300여년만의 여성 국가 원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총리 보좌관과 재무부와 국세청 공무원으로 일했고, 2014년 스웨덴 총선에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나서 국회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총리 선출 직후 제출한 예산안이 국회에서 부결되고, 야당인 극우 성향 스웨덴 민주당이 제출한 예산안이 채택되면서 선출 7시간만에 사임 의사를 표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정당간 합의로 5일 만에 재선출, 총리에 취임했다. 핀란드 산나 마린 총리와 함께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이끌었다. 최근 스웨덴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다시 사임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55세.
4.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
1985년생으로 올해 37세, 현직 최연소 국가 수장이다. 핀란드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2015년 첫 국회의원이 돼 4년만인 2019년 총리가 됐다. 부모가 어린 시절 별거해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고등학교 졸업후 독립해 제과점과 수퍼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대학과 대학원을 나왔다.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앞장서 비판했고,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도 적극 나섰다. 총리의 역할은 잘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평소 파티와 나이트클럽 출입을 즐기다 두 차례의 논란을 겪었다. 지난해 말 신종 코로나 감염자와 밀접 접촉을 한 상태에서 나이트클럽에 가 부적절하다는 비난을 받았고, 올해 8월에서는 연예인 및 유명 가수와 파티에서 격렬한 춤을 추고 또 나이트클럽에 방문한 동영상이 유출되어 곤욕을 치렀다.
5. 카데리나 사케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그리스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아테네 국립 대학과 프랑스 파리2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1980년대에 그리스 최고 행정재판소인 국무원에 들어갔다. 2018년 국무원장이 되기까지 판사로 외길을 걸었다. 2020년 1월 의회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법률 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에서도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대통령은 실권은 없지만 국가원수로서 나라를 대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956년생으로 올해 66세다.
6. 카탈린 노박 헝가리 대통령
지난 5월 취임한 헝가리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1977년 생으로 올해 45세.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가족부 장관이었다. 경제학과 법학을 공부하고 프랑스에서 유학해 헝가리어외에도 프랑스어와 영어, 독일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한다. 2001년 헝가리 외무부에 들어가 EU와 유럽 문제를 전문으로 담당했다. 헝가리 집권당 피데스(우파 포퓰리즘 성향)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고, 2017년부터 4년간 피데스 부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르반 총리의 상당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자녀를 둔 어머니로, 남편은 헝가리국립은행(MNB)의 경제학자다.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고, 동성애 결혼에 반대한다.
7. 캬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에스토니아 14대 총리인 심 칼라스 전 총리의 딸이다. 법학과 경제학을 공부했고, 2002년부터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1년 에스토니아 의회에 입성했다. 2014년부터 2018년사이에는 유럽 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2018년 자신이 몸담아온 개혁당 당수가 됐고, 3년만에 총리가 됐다. 외가가 스탈린 시절 반혁명분자로 몰려 시베리아로 추방 당했던 경험이 있다. 러시아로부터 끊임없는 위협을 받는 에스토니아의 안보 상황과 더불어, 이러한 가족사도 반(反)러 노선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있다, 2021년도부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유럽을 옭아매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현재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더불어 발트 3국의 반러 전선을 이끄는 핵심 인물이다. 1977년생으로 올해 45세.
8. 카트린 야콥스도티르 아이슬란드 총리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전 총리의 뒤를 잇는 아이슬란드 두번째 여성 총리다. 아이슬란드어와 프랑스어를 전공했다. 1999년부터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출판사, 잡지 등에서 기자와 편집자 등으로 일했고, 대학 강의도 나갔다. 2003년 좌파 녹색 운동에 가입해 활동한 것을 계기로 정계에 뛰어들었다. 2009년 아이슬란드 교육·과학·문화 장관을 지냈고, 2017년 총선에서 연정 구성의 임무를 맡아 결국 총리까지 됐다. 성실한 이미지 덕분에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아 2021년 총선에서 소속당(좌파 녹색 운동)이 패배했음에도 계속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46세.
9. 잉그리다 시모니테 리투아니아 총리
경제학자 출신으로 2020년 11월 총리가 됐다. 빌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양쪽 모두 석사학위를 갖고 있다. 2004년까지 재무부 조세 관련 업무를 하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이후 리투아니아 은행 이사회 부의장, 빌뉴스 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역임하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정계에 입문한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9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 최종 결선에서 패배했으나, 2020년 총선에 재선된 후 소속당인 조국연합과 자유운동, 자유당 연정의 합의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경제학자 출신 답게 경제 인프라 투자와 산업 혁신 생태계 조성, 정부 공공 서비스 구조조정 등에 적극적이다. 올해 48세다.
10.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
법률가이자 환경 운동가 출신으로 2017년 정계에 입문, 2년 만인 2019년 슬로바키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최연소 대통령이 됐다. 법학을 전공하고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다 환경 운동에 뛰어들어 명성을 쌓았다. 올해 49세로 홀로 아이 두 명을 키우고 있다. 중립성과 공공성 강화를 내세워 슬로바키아의 경찰·사법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 운동가 출신 답게 기후 변화 대응에 매우 적극적이다. 2020년과 2021년 여론 조사에서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신뢰받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11. 아나 브르나비치 세르비아 총리
세르비아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아이슬란드 전 총리 뒤를 잇는 세계 두 번째 여성 동성애자 총리다. 세르비아의 실권자인 알렉산드르 부치치가 2017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후임으로 지목, 총리가 됐다. 미국 노스우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영국 헐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국제 기구와 풍력 발전 프로젝트 기업 등에서 일하다 2016년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발탁되며 정계에 들어섰다.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2018년에는 재무장관을, 2020년에는 외교부 장관을 일시 대행하기도 했다. 1995년 세르비아의 보스니아인 학살 사건(스레브레니차 학살)을 부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1975년생으로 47세다.
12. 살로메 주라비치빌리 조지아 대통령
프랑스에 망명한 조지아인 가정에서 태어나, 1970년대부터 약 30여년간 프랑스 외교관으로 일했다. 2003년부터 2004년 초까지 주(駐)조지아 프랑스 대사로 일한 뒤, 다시 조지아 국적을 택해 2004년 조지아 외무장관이 되는 드라마틱한 변신을 했다. 이후 ‘조지아의 길’을 창당해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2018년 6년 임기의 대통령이 됐다. 파리 시앙스포와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했고, 1974년 프랑스 외무부에 들어가 로마, 유엔, 브뤼셀, 워싱턴 등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다. 그루지야어와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4개 국어를 구사한다. 1952년 생으로 올해 70세다.
13.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
2020년 현직 이고르 도돈 대통령을 꺾고 몰도바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친러 성향이던 도돈 대통령과 달리 강력한 친유럽, 친서방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몰도바가 러시아의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임 몰도바 경제아카데미에서 경영학을, 키시너우 행정아카데미에서 국제관계를 전공한 뒤 2010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을 나와 2012년까지 월드 뱅크에서 일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몰도바 교육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정치에 뜻을 두게 됐다. 2016년 중도우파 행동연대당 대표가 됐고, 2019년 총리도 지냈다. 루마니아어, 러시아어, 영어, 스페인어 등 4개 국어를 한다. 올해 50세.
14. 비오사 오스마니 코소보 대통령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와 알바니아 사이에 끼어 있는 소국 코소보의 대통령이다. 1982년 당시 유고슬라비아 알바니아계 부모에서 태어나, 유고 내전을 겪으면서 세르비아계에 의해 인종청소의 희생자가 될 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코소보의 프리슈티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이미 10대에 중도 우파인 코소보민주동맹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대통령 법률 고문과 외교 정책 비서관도 역임했고, 2009년 대통령 비서실장이 됐다. 2019년 총선에서 총리 후보로 나섰다가 패하고, 2020년 당시 타치 코소보 대통령이 사임하면서 대통령 권한 대행이 됐고, 2021년 의회 투표를 통해 정식 대통령이 됐다. 올해 40세다.
15.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 대표
1977년 로마의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바텐더, 웨이트리스, 유모 등의 직업을 전전했다. 15세에 과거 무솔리니 지지자들이 결성한 파시스트 성향 정치 단체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 가입해 일찌감치 정치에 관심을 보였다. 2006년엔 전국보수연합(AN) 소속으로 하원 의원에 당선됐고, 2년 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내각의 청년부 장관이 됐다. 당시 31세로 이탈리아 역대 최연소 장관이었다. 2012년 FdI 창당을 주도했고, 2014년 당수가 돼 9년째 당을 이끌어 왔다.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가 유력하다. 올해 4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