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래퍼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칸예 웨스트가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CBS 등에 따르면 칸예는 지난 3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션쇼에서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White Lives Matter’(백인 목숨도 소중하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칸예와 함께 있던 보수주의 정치평론가 캔디스 오웬스도 색깔은 다르지만 같은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었다. 그가 입은 티셔츠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는 인종차별 반대 및 인권운동에서 사용된 슬로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를 차용한 것이다. 이 슬로건은 앞서 2014년 미주리주에서 흑인 10대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경찰 과잉진압으로 사망한 이후 이어진 항의 시위에서 처음 등장했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에서도 이 슬로건이 쓰였다.
CBS는 이 문구에 대해 “흑인 인권 운동을 비판하기 위한 인종차별적 대응의 하나”라며 “백인우월주의 단체와 그 동조자들이 이 문구를 사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칸예는 패션쇼가 끝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BLM’이 사기였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며 “이제 끝났다. 감사인사는 사양하겠다”고 적었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물론 인권운동가, 학자들까지 거세게 비판을 쏟아냈다. 교수이자 활동가인 마크 라몬트 힐은 “‘백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티셔츠를 입기로 한 칸예의 결정은 역겹고 위험하며 무책임하기까지 하다”고 했고, 교수 겸 정치평론가 웬디 오세포는 “칸예가 하는 일은 정직하지 못한데다가 무책임하고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기자 제멜 힐은 “이 셔츠가 ‘트롤링’(고의적으로 약올리는 것) 또는 마케팅 수법일 수도 있지만, 그의 플랫폼을 찾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볼 수 있도록 멍청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CBS는 “칸예는 과거 인종차별과 흑인에 대한 학대 등을 조명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다”고 했다. 칸예는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노예제도는 진짜가 아니다”라고 발언했으며, 같은 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에는 그의 선거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