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 시각)부터 이틀째 이어진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의 사상자가 사망자 19명, 부상자 105명으로 늘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공습 이틀째인 11일에도 남부 자포리자주, 오데사주 등에서 폭발이 잇따르면서 피해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군사 시설이 아닌 도심 주택가와 학교, 놀이터 등을 겨냥한 무차별 공습에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규탄이 이어졌다.
로이터통신·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러시아는 8일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르비우·하르키우 등 14개 도시에 미사일 84발을 발사했다. 공격용 드론도 24대 투입했다. 주요 에너지 공급 시설이 파괴되면서 수도 키이우와 서부 르비우, 북부 수미·테르노필 등 4개 지역에서 전기와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이튿날인 11일 오전에도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빈니차,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공습경보가 울렸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의 올렉산드르 스타루흐 주지사는 “러시아 미사일 12발이 학교·의료기관 등 공공시설을 타격해 최소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점령지 행정부 위원회 관계자도 “첫 폭발 이후 40분가량 연속으로 폭발이 발생했으며, 도심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정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후 첨단 방공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 어떤 방공 시스템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미국 정부가 지원하기로 약속한 첨단 지대공(地對空) 미사일 체계 ‘나삼스(NASAMS)’가 예정보다 빨리 전장에 투입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러시아군의 탄약고·지휘소 등을 파괴했던 기존 고속 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하이마스)에, 지상에서 공중 목표물을 격추하는 나삼스까지 투입해 총력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나삼스는 미국이 2005년부터 백악관과 의사당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라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조국과 자유를 수호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을 비롯한 주요 7국(G7) 정상들은 11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긴급 화상 회담을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유럽연합(EU)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은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만행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EU의 추가적인 군사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일도 며칠 안에 우크라이나에 전방위 방공 시스템 ‘IRIS-T SLM’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10일 유엔에서는 우크라이나 일부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특별총회가 소집됐다. 결의안에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서 실시한 주민 투표가 국제법상 효력이 없는 불법 행위이며, 러시아의 불법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에 대한 표결은 12일쯤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