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크림대교에서 발생한 폭발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특수 부대의 테러라면서 키이우 등 여러 도시에 미사일 발사 보복을 감행했다. 이와 관련 박노벽 전 러시아·우크라이나 대사는 “크림대교 무차별 공격은 푸틴 대통령의 자존심을 굉장히 건드린 것”이라면서도 “핵무기 사용은 최후의 수단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전 대사는 1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키이우는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민족이 5세기부터 통합된 공국을 만들어서 수도로 만든 지역”이라며 “그러다 보니 키이우는 동슬라브 민족의 정신적, 역사적 발원지인데 여기까지 무차별 공격했다는 것은 푸틴 대통령의 자존심이 굉장히 상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사는 2008년 주우크라이나대사관 대사를, 2015년에는 주러시아대사관 대사를 거친 외교 공무원이다.
다만 박 전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작게 봤다. 그는 “핵무기는 성격상 일반 재래식 무기 등 군사적인 용도뿐만 아니고 정치적인 무기”라면서 “핵무기는 인명 살상 등 파괴력이 크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사는 그러면서 “핵무기 사용은 푸틴 대통령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며 “푸틴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 발언이 계속되고 있어서 주시는 하고 있지만, (서방 국가 등이) 여기에 대한 사용의 대가가 크다고 하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6시7분쯤(현지 시각) 크림대교에서 큰 폭발이 발생했다. 당시 상황이 담긴 사진, 영상에는 다리를 건너던 트럭 인근에서 폭탄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검은 화염과 불길이 치솟는 모습이 담겼다. 크림대교는 부분적으로 무너졌고, 다리를 건너던 열차에도 불이 옮겨붙었다. 크림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길이 19㎞짜리 다리로, 2018년 개통됐다. 유럽에서 가장 긴 교량으로, 러시아는 다리를 짓기 위해 약 5조원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발을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보고 지난 10일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내 총 12개 주요 도시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보복 조치를 감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안보회의에서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의 테러 행위”라며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사는 크림대교 폭파 이후 군 총사령관이 세르게이 수로비킨 육군대장으로 교체된 것에 대해 “이번 전쟁을 가혹하게 치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로비킨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전장에서 부패와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다. 다만 박 전 대사는 “(러시아가 공격을 감행할수록) 우크라이나 국민들과 서방 세계는 더 단합할 것이고, 러시아 군대도 내부적으로 사기 저하와 경직된 작전 지휘체계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령관 정도 바꿨다고 해서 작전에 큰 변화가 있을 정도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