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유리 밀너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 최고경영자(CEO). /조선DB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 유리 밀너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 시각) 자국 시민권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밀너는 트위터에 짧은 글을 쓰고 지난 8월 러시아 시민권 포기 절차를 완료했음을 공개했다. 그는 “나와 내 가족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2014년 러시아를 완전히 떠났다”며 “그리고 올해 여름 우리는 러시아 시민권 포기 절차를 공식적으로 마쳤다”고 했다.

DST 측도 같은 날 자사 웹사이트에 ‘밀너와 러시아와의 관계성에 대한 일부 문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며 비슷한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여기에는 밀너가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집을 산 뒤 2014년 가족 모두가 미국으로 건너왔으며, 이후 러시아를 방문한 적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밀너는 러시아에 남은 자산이 없고 현재까지 일군 자산의 97%는 러시아 이외 지역에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DST 역시 전 세계 80여개 회사에 투자했지만 러시아에 기반을 둔 곳은 없으며 러시아에는 별도의 지사를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공적·사적인 자리에서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밀너와 DST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와의 거리두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 당시에는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이라고 규정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밀너가 세운 제단도 “민간인에 대한 부당하고 잔혹한 공격에 반대한다”며 러시아를 비판한 바 있다. 이스라엘계로 1999년 이스라엘 시민권을 확보한 밀너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자신을 ‘이스라엘 투자자’로 소개하고 있다.

1961년생인 밀너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가 고향이다. 2009년 기술투자회사인 DST를 설립하고 페이스북, 트위터, 알리바바, 징동닷컴 등 주요 글로벌 업체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그의 개인 재산은 35억 달러(약 5조214억원)로 추정된다. ‘실리콘밸리 노벨상’ ‘과학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상을 만든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