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프랑스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홍재하 애국지사의 유해가 사망 62년 만에 한국으로 옮겨진다고 프랑스 한인회와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이 14일(현지 시각) 밝혔다. 홍 지사는 1919년 일제의 탄압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 총 6000프랑(현재 가치 약 1000만원 추정)의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해 임시정부에 기탁했다. 또 1920년에는 유럽 거주 조선인 50여 명과 3·1운동 1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유럽 최초의 한인 단체 ‘재법한국민회’를 조직해 제2대 회장도 지냈다. 이러한 공로로 2019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고, 국가보훈처를 통해 유해 봉환(奉還)을 추진해왔다. 그는 1960년 68세를 일기로 프랑스 파리 북서부 콜롱브에서 세상을 떠났다.
송안식 한인회장은 “홍 지사는 1차 대전 직후 프랑스의 전후 복구 사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하루 3프랑의 박한 일당을 쪼개 독립운동 자금에 보탰다”고 설명했다. 1919년 당시 프랑스에는 홍 지사를 비롯해 30여 명의 조선인이 이주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홍 지사의 막내 아들 장 자크 홍 푸안(80)씨는 “아버지는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자신을 찾아오는 동포들에겐 항상 후한 먹거리를 내주시곤 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의 뜨거운 동포애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말했다.
홍 지사의 유해는 11월 중 대전 현충원 독립 유공자 묘역에 안장될 예정이다. 프랑스 한인회와 대사관은 다음 달 10일 콜롱브 시립묘지에서 홍 지사의 유해를 인수하고, 추모 행사도 열기로 했다. 홍 지사는 1949년 한국에 생존해 있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귀국하려 했으나, 당시 귀국 자금을 전해 주기로 한 인물이 돈을 가로채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종 대사는 “홍 지사가 그토록 염원했던 귀국길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벌써 100여 년을 맞은 프랑스 한인 사회의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