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 시각) 에빈 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트위터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대거 수용된 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란 정부는 이번 화재에 대해 반정부 시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고’라고 주장했지만, 화재 배후에 이란 당국이 있다는 의혹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6일(현지 시각) BBC, CNN 등은 이란 국영 IRNA통신을 인용해 테헤란의 에빈 교도소에서 난 화재로 4명이 사망하고 61명이 부상당했다고 보도했다. IRNA는 화재 원인에 대해 “수감자들이 연기를 흡입해 숨졌다”며 “재소자들 사이 다툼이 벌어졌고, 일부 재소자가 죄수복 창고에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에빈 교도소는 ‘히잡 의문사’에 항거하던 반정부 시위자 수백명이 수용된 곳이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에빈 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트위터

화재 소식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알려지게 됐다. 영상을 보면, 검은색 연기와 불길이 하늘을 뒤덮었다. 경보음 사이로 비명과 총성이 들린다. 특히 선명하게 들리는 총성은 영상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영상을 접한 네티즌 사이에서는 화재 배후에 이란 당국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당국이 반정부 시위자를 살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의로 불을 질렀다” “홀로코스트가 연상된다. 이란이 반정부 시위자를 구금한 뒤 집단 학살을 일삼고 있다” “화재가 났는데 총격 소리는 왜 들리는 거냐. 구금된 시위자들의 신변을 확보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에빈 교도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트위터

당국은 이번 화재는 반정부 시위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센 만수리 테헤란 주지사는 “화재는 진압됐으며 안정이 유지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제 교도소 상황은 완전히 통제되고 있고 안정을 되찾았다”며 “교도소 주변에 대한 감시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리 살레히 검사는 “이번 소요 사태는 지난 4주간의 반정부 시위와는 관련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살레히 검사는 “반정부 시위자들은 화재가 발생한 금융 범죄와 절도 혐의로 수감된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곳과 다른 장소에 수감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국의 발표에도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정부 감시단체 1500타스비르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서 총성이 울린 뒤 이란 특수부대 소속 군인들이 교도소가 있는 지역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며 정부군이 이번 사건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아그네스 캘러마드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란 당국은 수감자들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했다.

해외 정부들도 이번 사고를 규탄하고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이번 사건을 긴히 주시하고 있다”며 “이란은 부당하게 억류된 자국민의 안전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국방부 장관은 “에빈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란 정부는 교도소에 수감된 정치범 및 시위자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화재 발생 당시 테헤란 대부분 지역에 인터넷이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된 시위자들의 가족 및 변호사들은 전날 밤 인근 도로가 전부 차단돼 감옥 근처에도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