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 모병(募兵) 당국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성들을 무차별 징집해 전선에 투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전투에 나선 신병들은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3일 새벽 모스크바의 한 건설사 기숙사에 경찰과 군 모병관들이 들이닥쳐 이곳에 거주하던 노동자 200여 명을 징집했다. 모병관들은 앞서 지난 9일 모스크바 시내 노숙인 쉼터에서도 입소자 수십명을 끌고갔다.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모병관들이 아파트 로비를 덮쳐 출근길 남성들을 대상으로 징집 영장을 발부했다. 모병관들은 카페나 식당 출구를 봉쇄하고 손님들에게 입대 영장을 전하며 “조용히 따라오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원령 발령 후 목표인 30만명 중 22만명을 징집했다”며 “앞으로 2주 안에 나머지 8만명을 채울 수 있다”고 밝혔다.
입대한 예비군들은 며칠 훈련을 받고 전장에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 투입된 군인은 배치 전 총을 딱 한 번 쏴봤고,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는 군복과 전투화도 갖추지 못한 예비군들이 제식 훈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동원령 발표 이후 입대한 선발대 중 일부가 전사해 시신으로 돌아오면서 반전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한다. NYT는 “기술 대신 숫자로 승부하는 러시아의 전술이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공세를 막을 순 있겠지만, 앞으로 몇 달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은 “러시아는 전황이 매주 악화하는 것 같다”며 “내년 여름까지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점령지에서 체제 선전용 음악회 참가를 거부한 우크라이나 지휘자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 전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는 길레야 실내 관현악단 수석 지휘자인 유리 케르파텐코가 지난 1일 남부 헤르손에서 개최한 러시아 음악회 참가를 거부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