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서전에서 수상한 한 스위스 작가가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하던 중 삭발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최근 이란에서 불거진 ‘히잡 반대 시위’에 연대하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스위스 작가 킴 드 로리즌(30)이다. 그는 17일(현지 시각) 있었던 2022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데뷔작 ‘블러드북’으로 ‘독일 도서상’을 수상했다. 당시 무대에 오른 로리즌은 수상 소감을 하다 노래를 부르며 심사위원과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곧이어 들고 온 손가방에서 전기바리캉을 꺼내더니 자신의 머리카락을 밀기 시작했다. 이때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고 금세 민머리가 된 로리즌은 “이 상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히잡 반대 시위에 나선 이란 여성들과 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심사위원단이 증오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몸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사랑과 투쟁에 대한 신호를 보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일부는 기립하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심사위원단은 “로리즌의 소설 속 논 바이너리(non-binary) 서술자는 창의적 에너지로 새로운 언어를 만들었다”며 “자극과 영감을 주는 혁신적인 도전이었다”고 평했다. 논 바이너리는 여성과 남성으로 구별되는 이분법적 성별에서 벗어난 성 정체성을 말한다. 로리즌 역시 자신이 논 바이너리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란에서는 지난달 한 20대 여성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사건 이후 시작된 시위가 나날이 격화하고 있다. 이란 율법에 따라 공공장소를 방문할 때 온몸을 가려야 했던 여성들은 자유를 외치며 히잡을 불태웠고, 시위는 전국 단위로 커졌다. 곳곳에서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같은 반정부 구호가 등장하는 등 체제 전반에 대한 반발로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