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으로 징집돼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됐던 한 러시아군 병사의 증언이 공개됐다.
생존한 러시아군 병사 아가포노프는 7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참혹했던 포격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아가포노프는 지난달 16일 러시아 남서부 보로네시에서 570명의 다른 징집병들과 함께 소집됐다. 그는 지난 1일 새로운 대대에 배치를 받고 루한스크 지역으로 이동했다.
아가포노프는 사용 가능한 삽이 부족한 탓에 다른 병사들과 교대로 굴착 작업을 하던 중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 무인기가 먼저 머리 위로 날아갔다”며 포격이 시작되기 전 부대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버리고 달아났다고 했다.
아가포노프는 “몇 시간 동안 쉬지않고 포격이 이어졌다”며 “나는 내 앞에서 사람들이 찢겨져 나가는 것을 봤다. 부대 대부분이 파괴됐다”며 “지옥이었다”고 했다.
공격이 멈추자 아가포노프는 살아남은 12명의 병사들과 함께 루한스크 인근인 스바토베 시로 후퇴했다. 아가포노프는 그날 포격으로 570명 중 130명 만이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그는 “그날 이후 많은 생존 병사들이 제정신을 잃고 있다. 누구도 전장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
가디언은 포격과 관련한 세부 사항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다른 생존 병사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군 병사는 매체에 “우리는 완전히 노출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수백 명이 죽었다”며 “(전선 투입 전 받은) 2주간의 훈련은 이를 대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매체는 또 러시아 탐사보도매체 베르스트카를 인용해 비슷한 상황을 언급한 병사가 있었다고 했다. 니콜라이 보로닌은 베르스트카와 인터뷰에서 “병사들이 사방에 쓰러져 있었다. 그들의 팔다리가 잘려나갔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했다.
가디언은 포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대대에 배치된 징집병의 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 징집병의 아내는 “첫날부터 징집병들을 최전선에 배치하고 사령부는 전장을 떠나 도망쳤다”고 했고, 다른 병사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망 전 전화로 건강하게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했었다. 그들이 모두 그곳에서 죽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건강한 것인가”라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