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고혈압 환자 진단 기준을 낮추면서 중국 내 고혈압 환자 수가 5억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중국인 3명 중 한 명(36%)이 고혈압 환자인 셈이다. 4명 중 한 명꼴(26%)인 한국보다 심각하다.

지난 6월 1일(현지 시각) 중국 상하이 시민들이 시내 도로에서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1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국가심혈관병센터와 중국의사협회 등은 전날 중국 고혈압 진단 기준을 기존의 ‘수축기 140㎜Hg, 이완기 90㎜Hg 이상’에서 ‘130·80㎜Hg 이상’으로 하향했다. 새로운 기준은 한국과 미국, 유럽의 진료 지침과 동일하다. 새 기준을 적용하면 중국의 고혈압 환자 수는 기존(2억4500만명)의 2배인 5억명으로 추정된다. 중국 국가심혈관병센터는 “고혈압은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중요 위험 요소”라며 “국민이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단 기준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고혈압 환자가 급증한 것은 고속 경제성장으로 중국인 식습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잡곡과 야채 위주로 먹던 중국인들이 기름지고 염분이 높은 음식, 인스턴트 식품, 카페인 음료를 즐겨 먹고 마시면서 고혈압이 흔해진 것이다. 1958년만 해도 중국 전체 인구에서 고혈압 환자의 비율은 5.1%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는 고혈압 환자 치료를 위해 저렴한 가격에 약을 유통하고 있다. 2019년부터 국가가 제약사와 교섭해 약값을 정하는 ‘중앙집중식 약품 구매’를 통해 혈압약을 한 알당 0.07~0.1위안(약 13~19원)에 공급하고 있다. 환자의 1년 치 약값이 1만원을 넘지 않는 수준이다. 차이쥔 국가심혈관병센터 교수는 “고혈압 환자들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막대한 의료 비용이 발생하는 것보다 빨리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국가에 이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