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주택 건물에서 소방관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15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약 100발의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주요 20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날로 전날 참여국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내용의 선언문 초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서부 르비우, 북동부 하르키우, 남부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등 최소 12곳이 러시아 공습을 받았다. 이날 하루에만 15개 에너지 시설이 파괴됐다. 정전 피해를 받는 사람은 700만여 가구로 늘어났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러시아 테러리스트들이 또다시 에너지 기반 시설에 계획적인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대부분의 공습은 중부와 북부에서 이뤄졌으며, 특히 수도 키이우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약 100발을 발사했으며, 이는 크림대교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 84발을 발사한 지난달 10일을 넘어선 규모라고 설명했다.

국영 전력기업인 우크레네르고는 “중부와 북부 지역에서 모든 전기 공급이 차단됐으며, 수도 키이우에서도 비상 단전 조처가 내려졌다”고 발표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키이우 절반 이상의 지역에 전기 공급이 끊어졌다”면서 “중심가에 있는 주택 건물 한 채가 공격을 받아 최소 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서부 르비우에서도 80% 지역에서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수도·난방 공급이 중단됐다. 공습으로 인해 이웃 국가 몰도바로 연결되는 전력선 중 하나가 차단되면서 몰도바 전역에도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는 G20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 강력한 연설에 새로운 미사일 공격으로 대응했다”면서 “러시아가 정말 평화를 원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G20에서 헤르손 탈환을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빗대며 전쟁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연설 이후 몇 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우크라이나 요청에 따라 16일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과 관련해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앞서 14일 유엔 총회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배상 책임을 물리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서방이 사유재산 및 국제법의 규칙을 위반하며 갈취에 나섰다”면서 “서방이 배상금을 갈취하기 위해 우리의 동결 자산을 압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