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 경제가 2분기 연속 쪼그라들며 공식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통계청은 올 3분기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2분기 GDP도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도매업이 전년 동기 대비 22.6%, 소매업이 9.1% 감소했다. 상하수도 및 쓰레기 처리 산업은 10.4%, 화물업은 5.5% 줄었다. 반면 건설업과 농업 부문은 각각 6.7%, 6.2% 늘었다.
러시아는 코로나 이전인 2018~2019년만 해도 2% 안팎의 완만한 경제성장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의 직격탄을 맞아 2020년 2분기에는 -7.4%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부터 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작년 2분기에는 성장률이 10.5%까지 치솟았고,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올해 1분기에도 3.5%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방 동맹국의 대러 경제제재와 서방 기업들의 러시아 시장 철수가 이어지면서 올 2분기 들어 러시아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6400억달러(약 857조원) 중 절반가량을 동결했고, 미국은 스베르방크 등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시켰다. 러시아에 진출한 서방 기업 1000여 곳은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막대한 원유 및 가스 수출 자금을 쥐고 서방 경제 제재에도 비교적 선방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개전 초기 한때 연 20%까지 치솟았던 기준금리가 현재 7.5% 선으로 낮아졌다. 러시아 통화 당국은 개전 초기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고 외화 해외 송금을 금지하며 대응했다. 하지만 러시아 원유에 대한 서방 각국의 가격 상한제 적용이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것이 변수다.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율은 올 10월 기준 12.9%로 집계됐다. 내년에는 5~7%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