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가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이틀 앞두고 ‘맥주 판매 금지’ 결정을 내리자 후원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40년 가까이 후원 관계를 맺어온 대회 공식 맥주 ‘버드와이저’ 제조사와는 향후 계약에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가디언 등 외신은 18일(현지 시각) 세계 여러 월드컵 후원사들이 갑작스럽게 전환된 FIFA의 정책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는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후원사 관계자는 “많은 후원사가 여러 측면에서 FIFA에 실망한 상태”라며 “모두 어떤 식으로든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계약상 이런 결정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파악하기 위해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후원사들이 이번 사태가 계약 위반 사항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고 있는 상황을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맥주 판매 금지를 통보받은 버드와이저는 공식 트위터에 “흠, 이러면 곤란한데…”라는 짧은 글을 썼다. 게시물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그전까지 다수의 네티즌과 축구 팬들의 공감을 얻었다.
앞서 FIFA는 전날 “개최국 당국과의 논의에 따라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주위에서 맥주 판매 지점을 제거하기로 했다”며 “팬 페스티벌과 허가된 장소에서의 주류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버드와이저의 무알코올 맥주인) 버드제로의 판매에는 영향이 없다”며 “(버드제로는) 계속 경기장에서 살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는 주류 판매와 음주가 금지된 나라다. 때문에 애초 이번 월드컵에서는 경기장 입장권 소지자에 한해 경기 시작 전후 경기장 인근 지정 구역에서만 맥주를 살 수 있게 돼 있었다.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는 없어도 시작 전 정해진 장소에서 마시고 들어갈 수는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카타르는 버드와이저에 ‘경기장 주위 맥주 판매 지역을 눈에 덜 띄는 곳으로 변경하라’는 통보를 하는가 하면, FIFA 측에도 맥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계속 개진해왔다. 결국 FIFA는 개막을 단 이틀 앞둔 시점 방침을 바꿨다. 이로써 월드컵 동안에는 도하 시내 ‘팬 구역’과 외국인을 상대로 술을 파는 일부 호텔에서만 음주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FIFA와 버드와이저 제조사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와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둘은 1985년부터 후원 관계를 맺어 왔고 이번 대회에서도 7500만 달러(약 1007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FIFA의 계약 위반이 인정되면 법적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마케팅 전문가는 뉴욕포스트에 “경기장에서 맥주를 파는 건 합의된 사안이기 때문에 FIFA의 결정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렇다고 해도 버드와이저 측이 섣불리 계약 해지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음 대회 개최지로 지정된 북중미 지역에서의 후원 마케팅 효과가 클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영국의 스포츠 분석가 콘래드 와이세크는 “2026년 캐나다·멕시코·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크게 보상받을 수 있는 만큼 버드와이저는 신중히 행동할 것”이라며 “FIFA와 헤어지는 것은 다른 브랜드에 길을 내주는 꼴”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