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이란 라슈트의 한 도로에서 촬영된 영상 중 일부. 구급차 뒤쪽에 불이 붙어있다. /트위터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란 당국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구급차까지 동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시민들 사이에서 이 같은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달 초 테헤란에 사는 한 시민은 시위 도중 최소 세 명의 참가자가 구급차에 실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부상을 입지는 않은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테헤란에 거주하는 대학생 니키(가명)도 비슷한 시기에 보안군이 시위대를 구금하기 위해 구급차를 이용하는 것을 봤다고 NYT에 말했다.

니키는 “보안군은 사람들을 잡아갔고 그들을 구급차에 태우고 내부 조명을 껐다”며 “구급차 뒤쪽에 탄 사람들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급차는 그 상태 그대로 길을 따라 이동했다”며 “구급차 안에는 어린 소녀 등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들을 어디서 내려주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37세의 한 식당 직원도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대학 캠퍼스로 진입하는 구급차를 봤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시위에서도 보안군이 구급차를 사용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이밖에도 목격자들은 사복 경찰이 시위대를 구급차에 밀어 넣었으며, 시위대를 지휘봉으로 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NYT는 트위터에도 이 같은 상황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한 영상은 지난 9월 이란 라슈트에서 촬영된 것으로, 구급차가 불타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시위대가 경찰이 이용한다고 생각한 구급차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 경찰 제복과 비슷한 복장을 한 남성이 구급차에서 내려 도망치는 모습도 담겼다.

이란 국가 안보 전문가인 미국 해군 대학원 아프숀 오스토바 부교수는 이 영상 속 남성에 관해 “경찰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구급대원이 아니다”라며 “복장과 허리춤에 차고 있던 총기가 결정적인 증거”라고 했다.

NYT는 다른 영상에서는 구급차가 병원이 아닌 경찰서로 들어가는 모습도 찍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란 당국의 행위가 의료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C버클리 공중보건대 겸임교수인 로히니 하르는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찾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며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는 공정성이라는 개념 때문에 신뢰를 받는 것”이라며 “구급차를 오용하는 것은 ‘해를 끼치지 말라’는 의료 서비스의 기본적인 개념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테헤란에서는 9월13일 22세 여성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며칠 뒤 의문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테헤란 등 이란 지역 곳곳에서는 정부에 항의하는 이른바 ‘히잡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측은 당국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300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