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자존감을 잃게 만들어 지배력을 강화하고 통제하고 학대하는 행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 '가스라이팅'이 2022년 '올해의 단어'에 선정됐다. /일러스트=박상훈

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하는 정신적 학대를 뜻하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 미국 유명 사전 출판사의 ‘올해의 단어’에 선정됐다. 190여 년 역사의 메리엄웹스터사는 28일(현지 시각) 2022년 영단어 ‘가스라이팅’ 검색 건수가 전년 대비 1740% 폭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가스라이팅은 1938년 영국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의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다. 연극에서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은 집안 가스등을 일부러 침침하게 켜놓고 아내가 “어둡다”고 하면 “당신이 잘못 본 것” “엉뚱한 소리 말라”며 정신이상자로 몰고 가 아내가 현실감과 자존감을 잃고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 통제한다.

1938년 영국 연극 '가스등(Gaslight)'을 원작으로 1944년 미국서 영화화한 모습. 잉그리드 버그먼(맨 왼쪽)이 남편의 심리적 지배를 받는 아내로 출연했다. /cnn

이날 메리엄웹스터는 “통상 연인이나 가족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억압의 방식인 가스라이팅이 요즘은 정치인이나 유명인 등이 허위 정보와 협박을 통해 불특정 추종 세력을 선동하는 행위로 의미가 확대돼 언론과 학계 등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가스라이팅은 이익을 보기 위해 타인을 속이는 행위, 즉 ‘거짓말’을 멋지게 표현하는 단어가 됐다”고 했다.

의사들이 여성과 소수 인종의 질병 증상을 무시하는 ‘메디컬 가스라이팅’을 지적한 뉴욕타임스 기사, 기름 값을 계속 올리는 석유 기업의 행태를 ‘빅오일 가스라이팅’으로 비판한 연방의원,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당신이 기분 나빴다면 유감”이란 식으로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가스라이팅’으로 분류한 심리학 학술지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이 외에도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재벌 ‘올리가르히’,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등이 검색량 상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지난해에는 ‘팬데믹’과 ‘백신’이 올해의 단어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