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러시아도 미국처럼 선제 핵 공격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7일에도 “러시아는 핵무기를 방어 수단이나 잠재적 반격 수단으로 간주한다”며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서방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주에만 두 차례나 핵무기 사용을 거론한 것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미국과 달리 선제 핵 공격 전략이 없다”면서 “이는 적 미사일의 탄두가 러시아 연방 영토에 떨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서 “무장 해제(disarming) 타격에 한해서, 러시아도 미국과 같은 안보 전략을 채택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잠재적인 적이 선제 타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면, 타국의 방어 태세가 러시아에 어떤 위협을 미칠지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무장 해제 타격이란 상대방이 보유한 핵무기 등 위협을 제거하거나 무력화하기 위해 선제공격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선제 타격은 지휘 시설 파괴를 목표로 한다”면서 “러시아는 이미 선제 타격이 가능한 극초음속 시스템을 갖고 있으며, 미국을 능가하는 순항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AP통신에 “푸틴의 발언은 전술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는 무력 과시일 뿐”이라며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선제 핵 공격 전략을 명시해왔다”고 했다. 존 에라스 무기통제 및 비확산센터 선임정책국장도 “직접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전쟁이 길어질수록 핵위협은 커질 것이라 믿기를 원한다”고 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이날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 인터뷰에서 “자칫 잘못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나토와 러시아 사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서 “확전으로 유럽의 더 많은 국가가 연루되고 전면전으로 번지는 충돌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