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설치된 고래고기 자판기(왼쪽)와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고래고기 베이컨./CNN 캡처

최근 일본 도심에 ‘고래 고기’ 자판기가 등장했다. 자판기 회사 측은 향후 5년 간 100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지만 국제사회에선 일본이 상업적 고래잡이(포경)를 강행하고 있다며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AP통신,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도쿄에 있는 회사 교도센바쿠는 지난달 냉동 고래고기를 판매하는 자판기를 도쿄 등 다른 지역에 총 4대 설치하고 본격 판매에 나섰다.

자판기에선 고래 회 뿐만 아니라 고래 스테이크, 고래 베이컨 등 냉동 고래 고기를 비롯해 캔 통조림, 조리된 고기 등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1000엔에서 3000엔(약 9500원~2만9000원) 수준이다.

히데키 도코로 교도센바쿠 사장은 “포경에 반대하는 단체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어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팔지 않지만, 고래고기를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5년 동안 고래고기 자판기를 100대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고래잡이가 합법이다. 2018년 고래 보호를 감독하는 국제기구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 포경’을 전면 금지하는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을 채택하자, 일본은 IWC를 탈퇴한 바 있다.

이후 2020년에는 포경 산업에 약 611억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고래고기 소비 확대를 장려해왔다.

일본 현지 언론은 고래고기 자판기와 관련 “전통적인 포경산업을 지키기 위함”이라며 “고유의 식문화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우선 국내 소비량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사회에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고래 보호단체 WDC 활동가 카트린 매티스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고래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다”며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데 어떻게 전국적인 문화라고 부를 수 있나”고 반문했다.

또 다른 보호 단체 활동가 아스트리드 푹스는 “이런 이기적인 판매 술책은 일본 수산청이 약 2년 안에 고래잡이 어획량을 늘리고 포경 대상 고래 종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시점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도 “지난 50년간 일본에서 고래고기 소비가 크게 줄어들자 업계가 포경산업 유지를 위한 사업 모델을 정부에 보여주고자 노력해왔다”며 “일본 내 관련 업계가 소비를 활성화해 수입량을 늘리려는 시도”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2월 주요 어업국이었던 아이슬란드는 포경과 관련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이 계속되자 2024년 이후 상업적 고래잡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