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단 시절 동독 공산당의 마지막 총리를 지낸 한스 모드로(95)가 11일(현지 시각) 별세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5개월간 짧은 임기에도 국유재산 사유화와 시장경제 전환, 첫 자유선거 등 개혁 성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8년생인 모드로 전 총리는 현재 폴란드 영토인 야제니츠에서 태어났다.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소련군에 포로가 된 그는 전쟁 후 사회주의통일당(SED)에 입당해 드레스덴 지역 당 서기를 지내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왔다.
16년가량 SED를 이끈 모드로 전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 나흘 만인 1989년 11월 13일 총리로 취임했다. 취임 20일 뒤 국가원수인 에곤 크렌츠 공산당 서기장이 축출되면서, 그는 이듬해 4월 12일까지 동독을 통치했다.
모드로는 동독의 첫 자유선거에서 자신이 이끈 민주사회당(SED의 후신)이 3위에 그치면서 정치적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 이후 보수 성향의 로타어 데메지에르가 동독 총리로 집권해 1990년 10월 헬무트 콜 서독 총리와 통일을 선포하면서, 동독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독일 통일 이후 모드로는 연방 하원 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최근까지도 좌파당의 원로회의 의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1989년 북한을 찾아 김일성 주석을 만나기도 한 모드로는 ‘점진적 통일론’의 지지자였다. 그는 2020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점진적인 통일을 이뤄내지 못한 탓에 동독인들은 하루아침에 법 체계, 화폐, 문화를 잃고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고난을 겪었다”면서 남북 통일에 대해서도 “천천히 다가가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