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피해를 당한 튀르키예 남부 크르칸 천막촌의 이재민 가족. /크르칸(튀르키예)=정철환 특파원

지난 6일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사망자가 한국 시각 13일 오후 11시 현재 3만6000명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튀르키예에서만 3만1643명이 숨지고 9만2600여 명이 다쳤다. 시리아에서는 정부 통제 지역과 반군 지역을 합쳐 사망자가 4574명, 부상자는 5200여 명에 달했다.

12일(현지 시각) 시리아 국경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크르크한에선 멀쩡한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도로 옆 건물 대부분이 완전히 무너지거나 반파(半破) 상태였다. 축구장으로 쓰이던 공설 운동장은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이 운영하는 대형 ‘천막촌’으로 변신했다. 이재민들이 텐트 200여 동(棟)에 머물며 난로와 식료품, 의료 지원을 받고 있었다. 튀르키예 공보장교는 “이곳을 중심으로 하타이주(州) 동남부 지역에 집중적인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200m 떨어진 곳에는 정부가 마련한 텐트에 들어가지 못한 이재민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큰 길을 따라 천과 비닐로 얼기설기 쳐놓은 텐트에서 노숙하고 있었다. 체념한 표정의 이재민들은 멍하니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국내외 구호 단체의 구조 활동이 계속되는 튀르키예에선 ‘골든 타임’이 훨씬 지났지만 기적 같은 생존자 구조 소식이 이어졌다. 안타키아에서는 한 남성이 지진 발생 후 167시간 만에 구조됐다. 가지안테프에서는 17세 소녀가 159시간 만에 건물 잔해 속에서 구출됐다.

이날 튀르키예 서쪽 키프로스섬의 중학생 선수단과 학부모 등 39명이 배구 시합에 참석하러 아디야만에 왔다가 모두 숨진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이 묵었던 호텔은 부실 건축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예정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대적인 부실 시공 수사를 선언한 가운데 튀르키예 법원은 우선 건설업자 131명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미국에서 사는 한 파키스탄계 남성이 지진 피해자를 돕기 위해 익명으로 3000만달러(약 380억원)를 기부했다고 CNN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트위터 글을 통해 “매우 아름다운 자선 활동”이라고 밝히며 알려졌으나, 기부자가 파키스탄 출신 남성이라는 것 외에 이름 등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