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스웨덴이 리튬과 희토류(稀土類) 등 첨단 산업에 필요한 희귀 광물 탐사에 뛰어들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이 희귀 광물 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인도와 스웨덴의 광물 탐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분위기다.

인도 정부는 지난 9일 북서부 중국 접경지대인 잠무 카슈미르에서 리튬 590만t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리튬은 전기차와 스마트폰 배터리를 만들 때 필수적인 원료다.

자료=니혼게이지신문

이번에 인도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리튬 590만t은 세계 1위인 칠레(920만t)에 이어 세계 2위의 매장량이다. 인도 지질조사국은 1997년부터 이 지역을 주목해 오다가 전 세계가 리튬 확보전에 뛰어들면서 탐사에 본격 착수해 발견에 성공했다. 그동안 인도가 쓰는 리튬 대부분은 호주나 아르헨티나산(産)이었다. 상당수가 중국에서 제련 등 마무리 처리 과정을 거친다. 인도 비즈니스투데이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지 중 하나인 잠무 카슈미르 광산은 앞으로 인도가 중국과 리튬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스웨덴 북부 키루나에서 희토류 발견 뉴스가 나오며 유럽 전역의 관심을 모았다. 스웨덴 국영 광산업체 LKAB가 희토류 100만t 이상이 매장된 광산을 발견한 것이다. 본격 탐사를 거쳐 희토류 광물을 채굴하기까지는 최소 10년에서 1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스웨덴 정부는 반색하고 있다. 에바 부슈 스웨덴 부총리 겸 에너지·산업장관은 “스웨덴이 문자 그대로 금광이 된 것 같다”며 “전기화, 유럽연합(EU)의 자급자족, 러시아 및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이 광산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국가들이 키루나 광산에 열광하는 이유는 ‘러시아 학습 효과’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 석유와 가스, 희토류 등을 수입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더는 러시아나 중국 등 권위주의 국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독일이 2021년 기준으로 전체 가스 수요의 55%를 러시아산에 의존했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를 겪은 것이 유럽 국가들에 큰 교훈을 주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 강연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 무기화는 극심한 물가 상승과 에너지 위기를 초래했다”며 “권위주의적 강대국에 에너지를 의존하는 것은 정치·안보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IT 산업의 발전으로 리튬 및 희토류의 수요가 커지는 것도 각국의 희귀 광물 탐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EU 내 희토류 수요가 5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리튬 수요도 4.5배 늘어날 것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은 진단했다. 프랑스에서는 광물기업 이메리스가 중부 보부아르 광산에서 리튬을 채굴할 예정이다. 리튬 100만t이 매장된 것으로 파악되며, 이메리스는 앞으로 25년간 연 3만4000t씩 채굴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7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포르투갈과 체코, 독일 등에서도 리튬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이 희귀 광물들의 처리 시설이 대부분 중국에 있어 당장 중국으로부터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리튬은 채굴량(2021년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비율이 14%에 그치지만, 제련 등 처리 시설의 75%가 중국에 있다. 희토류 역시 중국의 채굴 비율은 60%인데, 전 세계 희토류 생산 시설의 90% 이상을 중국이 갖고 있다. 스웨덴 키루나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더라도 중국에서 처리해서 들여와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견제가 심해지자 중국이 희귀 광물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해 “미국이 군사 목적으로 희토류를 사용해 중국의 주권을 침해한다면, 중국은 전략적으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과거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2개월간 중단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