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사망자가 4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피해 후원을 내세워 온라인상에서 ‘가짜 모금’을 유도하는 사기 행각이 속출하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BBC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이 발생한 지난 6일부터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상에는 지진 피해 현장이나 구조대원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후원금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동영상 플랫폼의 후원 기능이나 암호화폐 등을 이용하는 등 기부금을 수금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한 틱톡 채널은 3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시청자들에게 후원을 요구했다. 튀르키예 피해 현장을 항공 촬영한 사진, 한 아이가 폭발을 피해 도망치는 모습 등을 보여주며 ‘선물하기(기프팅)’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 채널은 소유주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고, 공식적인 기부 경로도 아니다. 기부할 경우 후원금이 어디에 쓰였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게다가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수수료 명분으로 틱톡에 돌아간다.
AI(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무작위로 만든 후원 글도 있었다. 한 트위터 계정에는 그리스 국기가 그려진 헬멧 쓴 구조대원이 건물 잔해 속에서 튀르키예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담긴 그림이 올라왔다. 암호화폐 지갑 주소 2개도 함께 첨부돼 있다. 이 글은 12시간 동안 8차례나 반복해서 게시됐다. 그런데 그림 속 구조대원을 자세히 보면, 손가락이 6개다. AI가 이미지와 키워드를 종합해 그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이다.
이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암호화폐 지갑 주소 중 하나는 2018년부터 사기에 이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주소는 과거 음란물과 함께 올라온 적도 있었다. 이에 실제 기부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자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 “기부금을 제대로 썼다는 것을 영수증을 통해 증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외신들에 따르면 소유주는 그 어떤 기부 영수증도 공개하지 않았다.
일부 계정들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을 이용해 기부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웨어 업체 소나타이프의 사이버보안 전문가 액스 샤르마는 “이런 계정들은 뉴스 기사를 리트윗하거나 연예인, 기업인의 트윗에 댓글을 달면서 사람들에게 계정을 노출한다”며 속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페이팔 관계자는 “돈을 벌기 위해 이용자들의 선한 마음을 이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각되고 있다”며 “관련 계정 발견 즉시 삭제 조처 하는 등 대처하고 있다. 기부금이 제대로 활용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