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초등학생 책가방으로 유명한 ‘란도셀’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고가의 가방이 아이들 사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과 함께 아이들이 무거운 가방 무게로 인해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란도셀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TBS뉴스는 매년 4월 신학기를 앞두고 일본 학무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란도셀 오픈런’ 현상에 대해 조명했다.
란도셀은 대다수 일본 초등학생들이 메는 이른바 ‘국민 가방’으로, 가방 상단의 덮개가 가방 아래까지 닿는 모양으로 제작됐다. 이름은 네델란드어 ‘란셀(ransel·배낭)’에서 따온 말이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일본 유명 백화점 앞에는 란도셀을 구매하려는 학부모들의 구매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서고 있다. 특히 일본 학부모들의 ‘란도셀 오픈런’ 시기는 매년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최근 란도셀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찾았다는 학부모 A씨는 “2024년 4월에 아이가 입학한다”며 “요즘은 오픈런 시기가 빨라져 입학 2년 전부터 가방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사회에서는 란도셀 제품의 소재와 제조 방법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차이 나면서 학생들 사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란도셀공업회가 집계한 란도셀 평균구입 가격은 5만6425엔(약 54만원)으로, 2001년 대비 평균 2만엔 가량 올랐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가격대는 6만5000엔(약 62만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소가죽이나 말가죽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해 장인이 직접 만든 일부 고가 제품은 우리 돈으로 180만원이 넘는다.
이런 가운데 란도셀 가격은 최근 크게 인상됐다. 부모가 아이 1명에게 투자하는 금액이 늘어난 데다, 원재료 가격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4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또다른 학부모는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초등학교) 6년 동안 쓸 계획”이라며 “5만엔 안팎 가격으로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생들에게 란도셀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매년 남학생은 검은색, 여학생은 빨간색 란도셀을 지급해온 이바라키현 가시마시는 올해부터 입학생들의 가방을 모두 카멜색으로 통일해 성별에 따른 차별도 없애기로 했다.
란도셀의 가방 무게도 사회 문제로 꼽히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책과 각종 용품으로 가득 채운 란도셀의 평균 무게는 4.28㎏이다. 일부 어린이들은 10kg이 넘는 가방 무게로 힘들어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어깨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초등학생들도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 수영복 제조업체인 풋마크(Footmark) 조사에 따르면, 란도셀을 사용하는 6~12세 초등학생의 90% 이상이 가방 무게가 문제라고 답했다. 가방의 무게가 문제라고 언급한 어린이 4명 중 1명은 어깨나 허리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 응답자의 65%는 가벼운 가방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신체적 고통이 통학 스트레스로 연결되면서 ‘란도셀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란도셀 관계자는 “일본 사회에 오랫동안 ‘초등학생 책가방=란도셀’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 학부모들이 가벼운 소재 가방으로 바꿔주기가 쉽지 않다”며 “학생들 역시 다른 친구들과 다른 모양의 가방을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아이들과 학부모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가죽제 란도셀 외에 다양한 소재를 도입한 가방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