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노동단체의 반대에도 자신이 추진해 온 연금 개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밝혔다. 마크롱 정부는 지난달 10일부터 일반 근로자의 연금 수령 시점(정년)을 현재 62세에서 64세로 연장하는 대신 수령액을 약 18%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파리 인근 렝지스의 농산물 시장을 방문해 도축업자들을 만났다. 한 푸줏간 근로자가 “어릴 때 일을 시작해 22년이나 해왔고, 35세부터는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렇게 노동 조건이 가혹한데 (지금보다 2년 늦은) 64세에 은퇴해야 연금을 준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도축업자들도 맞장구를 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여러분처럼 일찍 사회에 나왔거나, 어려운 조건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여전히 빨리 은퇴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연금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우리가 모두 조금씩 더 오래 일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대 수명 증가로 부양해야 할 은퇴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은퇴 연령을 늦추는 것 외에는 합리적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의 연금 제도를 개혁 없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적은 없다”고도 했다.
일부 상인이 “물가 상승으로 다들 힘든 상황에서 이런 개혁을 해야 하나”라고 항의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부를 창출하지 못하면, 나눠주지도 못한다”며 “연금 개혁을 통해 더 많은 국가 재정을 확보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보건 시스템에 투자해야 한다”고 맞섰다.
프랑스 정부가 이달 초 의회에 제출한 연금 개혁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하원이 새 법안을 2주간 심의했지만, 야당이 제출한 수정안이 1000여 개에 달해 모두 검토를 마치지 못한 채 지난 18일 상원으로 넘겼다. 상원은 다음 달 2일부터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총 348석인 프랑스 상원에서 여당인 르네상스 계열은 30여 석에 불과하지만, 연금 개혁에 우호적인 우파 공화당(LR) 계열이 160여 석을 갖고 있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비교적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프랑스 주요 노동단체 8곳은 다음 달 7일 추가 파업과 시위를 예고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총 5번에 걸쳐 연대 파업을 벌였으나, 참여자가 계속 줄면서 점차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