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를 무력화하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반발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9일(현지 시각) 최대 도시 텔아비브로 향하는 도로를 점거했다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 수백명은 이날을 ‘독재에 대한 저항의 날’로 선포하고 차량을 몰고 공항 진입로로 모여들었다. 벤구리온 공항을 통해 이탈리아 로마로 떠나려는 네타냐후의 발을 묶겠다는 ‘작전’이었다. 일부 시위대는 공항으로 가는 도로 한 복판에 차량을 세워 두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동차를 이용해 예루살렘에서 텔아비브로 이동하려던 네타냐후 총리는 결국 헬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로마로 출발했다.
이번 시위로 중동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이스라엘을 찾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입국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초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 시내에서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할 것으로 예상됐던 오스틴 장관은 시위대로 인해 도로가 묶이면서 텔아비브 공항 인근의 공장에서 네타냐후를 만났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시민들은 이외에도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직장인과 학생, 학부모는 물론 예비군까지 동참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해군 예비역들이 결성한 시위대 그룹 ‘더 브러더스 인 암스’는 중부 도시 하이파 앞바다 등에 소형 선박을 띄워 놓고 해상 교통을 방해하며 시위를 벌였다.
네타냐후는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사법부 무력화를 시도해 논란을 빚고 있다. 그의 개혁안에 따르면, 의회는 단순 다수결로 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수 있고 판사를 임명할 권한을 갖는다. 앞서 네타냐후는 지난해 12월 말 극우 성향 정당의 지지로 재집권에 성공한 뒤 공영방송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해 왔다. 반정부 시위는 올해 1월 7일부터 9주째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