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간 70년 넘게 심각한 상황이 계속됐는데, 이제야 아침 해가 비치는 것 같습니다.”
일본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2세 김소부 가네시마그룹 회장은 16일 방일한 윤석열 대통령과 교민 간담회에서 “재일교포 한 사람으로서 그 어렵던 징용 문제를 해결한 한국 대통령의 영단(英斷)이 아주 기쁘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90분 동안 도쿄 제국호텔 2층에서 재일 한국인과 유학생 77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방일 후 첫 행사로 교포를 만난 것이다. 짙은 남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은 “일본 동포 사회는 우리 민족 근현대사의 아픈 상처와 함께 시작됐지만, 지금은 한일 관계의 가장 탄탄한 버팀목으로 성장했다”며 “자부심과 자긍심을 잃지 않고 각자 분야에서 활약하시는 동포 여러분 덕분에 일본 내 한국의 위상도 크게 향상됐다”고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오는 6월에 재외동포청이 출범한다”며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여러분께서 더 큰 역할을 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민단중앙본부의 여건이 단장은 “한일 관계는 우리 재일동포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한국에서 반일 목소리가 거셀수록, 그 피해는 재일동포에게 날아온다”며 야당의 반대에도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 윤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재일교포 2세인 김덕길 가네다홀딩스 회장은 “윤 대통령이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 제대로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할 때 정말 감명받았다”며 “정치인들은 좋은 말은 하지만 자기 색깔이 없는데, 윤 대통령의 솔직함에 대해선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감명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도립대학 학생인 박재현(28)씨는 “정치 탓에 민간인이 힘들 때가 있다. 밤에 택시에서 일본인 운전기사가 내가 한국인인 걸 알아보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평가해 보라’고 할 때마다 난감했었다”며 “재외 국민에겐 참 힘이 되는 대통령의 방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국민의힘), 김석기 국회의원(국민의힘), 윤덕민 주일대사,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