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러시아에서 재회한 예브헨 메제비(40)와 그의 세 자녀들. /ABC뉴스 유튜브

자녀들을 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러시아로 향한 우크라이나 아버지의 사연이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출신의 예브헨 메제비(40)의 이야기를 전했다. 메제비는 현재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서 세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다.

메제비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마리우폴 교외에서 크레인 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마리우폴은 침공 직후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포위 공격을 받았으며 지난해 5월 점령됐다.

그는 “침략의 날 포탄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며 “그 소리를 듣자마자 아들 마트비(13)와 딸 스비아토슬라바(9), 올렉산드라(7)가 생각났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에서 택시를 타고 바로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며 “며칠 동안 우리는 물과 전기 없이 생활했고, 이후에도 여러 대피소를 오가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메제비는 매일 지역 병원을 찾아가 전화와 전기를 썼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료진이 떠난 상태였다. 간호사와 의사 몇 명, 자원봉사자들만이 남아있었다”며 “그들의 설득 덕에 나는 아이들과 병원 방공호로 거취를 옮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자원봉사자들과 간호사를 도와 시신을 옮기는 일을 했다”며 “시신을 넣을 가방이 다 떨어지자 병원 뒤로 시신을 옮겨 쌓아 올렸다”고 했다.

메제비는 지난해 3월 러시아군에 붙잡혔다. 군인들은 메제비 가족을 검문소로 끌고갔다. 러시아군은 메제비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우크라이나 군에서 복무한 경력이 있던 것을 확인하고 그를 수용소로 옮겼다. 메제비는 “수용소로 이송되기 전 군인들이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구하라고 지시했다”며 “얼마나 오래 수감되는지를 물었으나 ‘두 시간일 수도 있고 7년이 될 수도 있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방공호에 있던 한 여성에게 아이들을 지켜봐달라고 부탁했다.

메제비는 “그들이 몇 시간만 나를 붙잡아 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훨씬 더 오랜 시간 잡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도네츠크주의 올렌빈카 마을 근처에 있는 전쟁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가 45일 뒤 풀려났다. 그는 즉시 아이들의 행방을 수소문 했으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자신의 자녀들이 모스크바의 수용소 캠프로 이송됐다는 것이었다.

수중에 돈이 없었던 메제비는 일자리를 구해 돈을 모은 뒤 아이들을 찾으러 가기로 결심했다. 그는 6월 초 맏아들 마트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마트비는 전화로 “캠프가 5일 후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위탁가정이나 고아원에 가게 된다”고 했다.

메제비는 자신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즉시 러시아로 향했다. 그는 “점령지에서 러시아로 가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며 다행히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로 건너갈 수 있었다고 했다. 그곳에서 메제비는 아동 옴부즈맨 사무소 측 관리의 연락을 받았다. 메제비는 “아이들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사회복지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면서 여러 절차를 거쳐 허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20일 오후 11시쯤 캠프에 도착했다. 그는 이곳에서 심리학자와 간호사, 수용소 책임자 등 5명에게 심문을 받고 수십개의 서류를 작성한 끝에 아이들을 다시 품에 안았다.

메제비는 “마지막 문서를 작성할 때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며 “아이들이 내게 달려왔고 우리는 오랫동안 껴안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후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라트비아로 옮겨갔다. 그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나와 아이들이 겪은 일은 정말 믿을 수 없다”며 “그렇지만 운 좋게도 아이들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우리는 지금 함께 있다. 그게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