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최장 69시간 근로’를 골자로 한 노동법 개장안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신들이 이를 조명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NBC 방송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주당 근로시간 상한을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리는 방안이 젊은 노동자들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NBC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세대 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고도 했다.
매체는 “‘살기 위해 일하는 것’과 ‘일하기 위해 사는 것’에 대한 한국의 논쟁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나 ‘대퇴사(Great Resignation)’ 같은 흐름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조용한 사직은 맡은 일만 최소한으로 소화시키는 자세를 말하며, 대퇴사는 코로나 이후 자발적 퇴직이 크게 늘어난 추세를 의미한다.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추는 연금개혁을 추진하자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것도 이런 흐름 중 하나로 소개됐다.
NBC는 ‘악명 높은 일중독 문화를 가진 나라’인 한국의 경우 과로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다고 했다.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네 번째로 많다. 미국은 1791시간, 프랑스는 1490시간이다.
매체는 “한국은 초과근무가 일상화돼있고, 퇴근 후에는 ‘의무적으로’ 회식에 참석해야 한다”며 “업무를 끝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상사가 떠나는 것을 볼 때까지 사무실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느끼는 문화”라고 했다. 직장인을 위한 낮잠카페가 성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NBC는 전했다. 이런 문화가 낮은 출산율과 높은 자살률로 이어진다고도 진단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지난해 기준 0.78명이다. 자살률은 10만명당 26명으로 선진국 중 가장 높다.
NBC는 한국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20~30대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런 일중독 문화에 저항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를 유연화하되, 60시간 이내로 상한선을 둬야한다는 수준으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고도 했다.
미국 CNN 방송도 지난 20일 한국의 노동시간 조정 문제를 다뤘다. 한국 노동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과로사’로 매년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14일에는 호주 ABC 방송이 관련 논란을 보도하며 과로사를 발음 그대로 ‘kwarosa’로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