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공립학교에서 수업 중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보여줬다가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쳐 교장이 사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이탈리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각)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더힐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논란은 미국 플로리다주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에서 시작됐다. 최근 6학년(11~12세) 미술 수업시간에 교사가 학생들에게 다비드상 사진을 보여준 것을 두고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한 것이다. 다비드상은 1504년에 완성된 미켈란젤로의 대표작으로, 약 5m 높이의 대형 대리석으로 조각됐다. 다비드상은 현재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나체 조각상이라는 이유로 다비드상을 ‘포르노’라고 표현하며 “자녀가 이런 작품을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해당 수업 내용에 대한 사전 고지가 없었다는 것도 문제 삼으면서 교장 호프 캐러스킬라의 사임을 요구했고, 결국 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이탈리아인들은 ‘예술작품을 두고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진 것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마에 있는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인문학 연구 책임자인 말라 스톤은 “다비드상이 사전 경고가 필요할 만큼 논쟁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비드상이 있는 피렌체의 시장과 미술관장까지 나서서 입을 열었다.
다리오 나르델라 피렌체 시장은 25일 트위터에 다비드상 사진을 올리고 “예술을 포르노로 오인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개인적으로 교장을 피렌체로 초청하고 도시를 대표해 표창하고 싶다”며 “예술은 문명이며, 이를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고 적었다.
아카데미아 미술관의 세실리 홀베르그 관장은 더힐에 “다비드상이 음란물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경의 내용과 서구 문화는 물론 르네상스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의 ‘순수함’을 볼 수 있도록 학교 교육위원회와 학부모, 학생들을 초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