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마당에 공 주우러 갔다가 총 맞은 6세 여아와 총기 난사한 이웃집 주인. /AP 연합뉴스·CNN

미국에서 6세 여아가 이웃 마당에 공을 주우러 갔다가 억울하게 총에 맞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3일 한 흑인 소년이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가 집주인의 총격을 받은 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발생해 논란이 커졌다.

20일(현지 시각)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소도시 개스턴에서 6세 소녀 킨즐리 화이트가 이웃 남성 로버트 루이스 싱글테리(24)에 의해 총을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을 맞은 이유는 단지 화이트가 친구들과 농구공을 찾기 위해 이웃인 싱글테리 집 마당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목격자가 진술한 당시 상황은 이랬다. 화이트와 아이들이 공을 줍기 위해 마당으로 들어가자, 싱글테리가 갑작스럽게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놀란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한 아버지가 싱글테리를 찾아가 “문제가 있으면 아이에게 욕하지 말고 내게 말해달라.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지 않냐”고 항의하면서부터 총격이 시작됐다. 싱글테리가 돌연 집에서 총을 가지고 나와 무차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고로 화이트와 부모가 다쳤다. 다행히 화이트는 얼굴에 찰과상을 입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아버지는 등에 총을 정통으로 맞아 폐와 간이 손상됐다. 어머니도 팔꿈치를 다쳐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이웃은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싱글테리가 총을 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싱클테리는 총격 뒤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결국 체포됐다. 현재 그는 경찰에 모든 범행을 시인했으며, 살인미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과거 여자친구를 흉기로 공격하고 자신의 집에 감금한 혐의로 체포된 전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폭력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폭행 및 살인 미수, 그리고 중범죄자 총기 소지 혐의에 대한 영장을 확보했다”고 했다.

잘못 찾아간 집 초인종을 눌렀다가 총에 맞은 소년 랠프 얄. /AP 연합뉴스
초인종 잘못 누른 16세 소년 랠프 얄을 총으로 쏜 집주인 앤드루 레스터(84). /로이터 뉴스1

한편 미국에서는 이웃 간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부모 심부름을 하던 16세 흑인 소년 랠프 얄이 초인종을 잘못 눌렀다가 집주인 앤드루 레스터(84)의 총격을 받고 크게 다쳤다. 또 지난 15일에는 20대 케일린 길리스가 친구의 집을 찾던 중 다른 집 차고 진입로에 잘못 들었다가 집주인 케빈 모해넌(65)의 총격으로 숨졌다.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이유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 법이 거론되고 있다. 적극적인 정당방위를 법률로써 규정한 것으로 미국 28개 이상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2005년 플로리다 플로리다주에서 처음 도입한 이 법은 자신의 생명이 위협을 받을 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죽거나 다칠 가능성이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위협에 대해 치명적 물리력을 선제적으로 쓰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이 법을 두고는 현재까지도 의견이 갈린다. “어디에서든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 “물리력에는 물리력으로 맞서야 한다”와 “폭력을 지나치게 조장한다” “정당방위라는 말 아래 폭력을 정당화할 위험이 높다” 등이다.

유진 볼로크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 법학 교수는 “해당 법은 사람들이 죽음의 위협을 받거나, 강간 및 기타 심각한 범죄에 노출됐을 때 치명적인 힘으로 대응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며 “다만 법을 시행하고 있는 주마다 구체적인 기준과 허용 범위가 다르다”고 했다.

캘리 샘슨 인종 범죄 전문 변호사는 “무모한 총기 소유자가 먼저 살인을 하고, 나중에 정당화할 이유를 찾는 방식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 법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놓고 형사 책임을 면하기 위해 정당방위를 주장하도록 권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