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가족 친화적’인 캐릭터들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국가와 가족이라는 제도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부담이 없는 교훈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담고 있었다. 그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정치적 올바름(PC)에 대한 미 사회의 수요를 피해갈 수 없었다. 특히 백설공주,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 원래 있었던 동화를 만화로 만든 작품들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아름다운 공주가 시련을 이겨내고 멋진 왕자와 결혼해 오랫동안 행복하게 산다”는 전통적인 성 역할에 기초한 작품들이 여성의 수동성을 강화한다는 공격을 받은 것이다. 디즈니는 이와 같은 주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2010년대를 전후해 작품들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013년 개봉한 ‘겨울왕국’에 대해선 주인공 ‘엘사’ 캐릭터가 자신의 초능력을 감추고 있다가 마지막 중요한 순간에 터뜨리는 것이 레즈비언의 ‘아우팅(outing·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행위)’을 은유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전 여성 캐릭터와 달리 ‘왕자님’과의 해피엔딩이 없어서 생긴 루머였다. 후속작에서 엘사의 ‘여성 애인’이 등장해 엘사가 레즈비언임을 공식화할 것이란 소문은 때때로 불거지는 단골 루머다.
이후 성 소수자 캐릭터가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디즈니 작품도 실제로 나왔다. 2017년 개봉한 ‘미녀와 야수’에 등장하는 ‘르푸’라는 캐릭터다. 악당 역할인 개스톤의 친구이자 부하인 르푸는 작품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진 않지만, 개스톤을 선망하면서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모습이 그려진다. 또 작년 개봉한 ‘스트레인지 월드’에선 주인공 ‘이든 클레이드’의 풋풋한 첫사랑 상대가 동성 또래 친구인 ‘디아조’로 그려지기도 한다. 지난 3월엔 디즈니 고위 임원이 앞으로 제작할 작품의 주인공 절반 이상은 성적, 인종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만들겠다고 말한 영상이 유출돼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