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적자로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대회’에 참가한 리둥셴이 동메달을 목에 건 후 오성홍기를 들어 보이는 모습. /웨이보

대만인 태권도 선수가 시상식에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어 올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22일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대만인 태권도 선수 리둥셴이다. 그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전북 무주군 태권도원에서 열린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 마스터대회’에 참가해 태권도 남자 품새 개인 종목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제가 된 건 그가 시상식에서 보인 뜻밖의 행동이었다. 당시 리둥셴은 메달을 입에 물더니 두 손으로 커다란 오성홍기를 자랑스럽게 펼쳐 보였다. 전 세계 71개국 1만4000여명의 선수가 자리한 축제 현장에서 대만 국적자로 참가한 선수가 중국을 홍보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리둥셴의 돌발 행동에 대만 현지에서는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원찬 부행정원장은 “그가 태권도협회나 체육서의 선수 선발에 나서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대회 참가 신청을 했다”며 “중국에 오래 거주하면서 공산당에 참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만 대륙위원회(MAC)는 “그가 대만에서 중국을 위한 조직 활동에 참여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해 법에 따라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양안(兩岸)인민관계조례 및 관련 법규를 수정해, 중국을 위한 대만인 선수의 정치적 선전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당 조례는 ‘대만인이 중국 공산당에 입당해 당원 또는 중국의 당·정·군 직무를 맡는 경우 10만~50만 대만달러(약 430만원~215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집권 민진당 소속 류스팡 입법위원 역시 전날 리둥셴의 중국 국적 취득 여부에 대한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가 고의로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대만이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국호) 선수복을 입었다면, 대만이 한국 측에 리둥셴을 파견한 적 없다는 것을 알리고 수상 자격을 취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만 여자 스피드스케이트 국가대표 선수 황위팅이 중국 유니폼을 입고 훈련 중인 모습. /웨이보

한편 이번 일로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비슷한 논란을 샀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황위팅에 대한 징계 처분도 재차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위팅은 대만에서 올림픽 정신과 투혼의 아이콘으로 언급돼 온 인물로 베이징 대회 개회식에서 대만 선수단을 인솔하는 기수로 활약했던 선수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중국을 의미하는 ‘CHN’이 크게 적힌 중국 국가대표 스킨 슈트를 입고 훈련하는 영상을 올려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황위팅은 “친한 중국 선수에게 유니폼을 선물로 받았다”며 “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은 국적의 경계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공분을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 그는 결국 대회를 마무리한 뒤 은퇴를 선언했고, 행정원장은 황위팅에 대한 조사 및 처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은 국제 대회 때마다 흔히 빚어진다. 중국은 대만이 별도 국가로서 인정받을 권리가 없다는 입장이며, 이에 따라 대만은 국제 대회 출전 시 국호와 자국 국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대만은 2018년 대회 참가 명칭을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타이완’으로 변경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도 했으나 결국 부결됐다. 이를 두고도 중국의 보복을 우려한 결정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