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하는 국가가 된 유일한 사례라고 들었습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이죠.”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 산하 교과서 출판국의 발렌티나 보이코씨는 처음으로 한국에 대한 별도 장(章)을 만들어 기술한 우크라이나의 10학년(고등학교 2학년) 세계지리 교과서를 지은 저자 3명 중 한 사람이다. 보이코씨 외에도 브라이체브스키 율리안, 야첸코 보리스씨가 교과서 제작에 참여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키이우의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내가 처음 교직 생활을 시작한 20년 전만 해도 교과서에 한국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뭉뚱그려져 몇 줄 소개되는 정도였는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일본·중국·인도 등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별도 장으로 기술돼 왔다.
우크라이나 교육부는 곧 발간 예정인 10학년 및 11학년(세계 역사) 과정에 처음으로 한국에 대한 별도의 장을 넣었다. 새 세계지리 교과서엔 “대한민국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후진적 농경국가였으나, 이후 급격한 산업화를 통해 1980년대에 들어서는 ‘아시아의 세 마리 호랑이’로 불리기 시작했다”며 “이는 국가의 보완적 개입을 통한 자유시장경제 모델에 따른 것”이라고 적혀 있다. 자포토츠키 키이우국립대학교 지리학부 학장은 “대한민국은 (경제·사회 발전을 꿈꾸는) 세계 여러 국가의 모델이 될 만한 나라”라고 했다.
교과서엔 한국의 위치와 크기, 주요 도시, 인구 같은 개요와 함께 삼성·LG·현대차 등 주요 기업과 경제 발전상, 정치 형태, 저출산 문제, 전 세계를 휩쓰는 한류까지 폭넓게 담겨 있다. 주(駐)우크라이나 한국 대사관과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이 교과서 제작을 지원했다.
본지가 입수한 우크라이나의 10학년 세계지리 교과서는 6·25 전쟁 이후 냉전 및 남북한의 ‘다른 길’에 대해 객관적이고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었다. “냉전의 문을 연 첫 군사 충돌인 1950~1953년 전쟁(6·25) 이후 북한과 대한민국의 경제·사회·정치적 발전 경로는 완전히 갈라졌다” “1980년대 빠른 경제 성장은 국가의 보완적 개입을 통한 자본 축적 혼합 경제 모델의 결과” 등의 내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