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필리핀 북동부 알바이주 마욘 화산의 사면 아래로 시뻘건 용암이 흘러 내리고 있다. /트위터

필리핀에서 가장 화산활동이 활발한 마욘 화산이 11일(현지 시각)부터 서서히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주부터 1만2000여명의 주민들이 용암 분출에 대비해 대피했다고 현지 당국이 12일 발표했다. 약 5년 전에도 이 화산에서 화산재와 용암이 대규모 분출하면서 수십만명이 대피한 바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2일까지 알바이주 북동부 마욘 화산 분화구 반경 6km 내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1만2000명 이상의 주민이 강제 대피를 위해 집을 떠났다. 이번 대피령은 마욘 화산이 지난주부터 불안정한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려졌다. 알바이주는 지난 9일부터 주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사태가 악화될 경우 배급할 구호품의 기금 등을 준비해왔다.

당국은 마욘 화산 주변이 오랜 세월 주민들에게 출입이 금지된 위험 구역이었지만 갈 곳 없는 주민들이 여러 세대에 걸쳐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으며, 아직 수천명이 더 남아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마욘 화산에 용암이 흘러내리는 모습. /트위터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마욘 화산에서 과열된 가스, 잔해 및 암석이 상부 경사면 아래로 쏟아졌다. 지난 10일에는 암석 비가 2㎞가량 떨어진 지역까지 쏟아져 내리고 이산화황 1205t이 배출됐는데, 이는 전날 배출량(417t)의 3배에 달한다. 11일 밤부터 용암 분출이 본격화되었다. 연구소는 이미 화산이 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리핀 보건부는 12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산화황 가스나 화산재 미립자 물질을 흡입할 수 있기 때문에 폭발하는 화산 가까이에 있는 것은 건강상 위험이 있다”고 신속한 대피를 권고했다.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 소장인 테레시토 바콜콜은 11일 밤 화산이 용암을 분출하기 시작하면서, 분화가 격렬해지면 마욘 주변의 고위험 지역이 확장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태가 악화되면 위험 지역 안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모두 강제 대피시켜서 비상구급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최고 5등급인 화산 폭발 위험의 등급은 지난 8일 3단계로 격상됐다. 경보 3단계는 용암이 흘러내리는 수준으로 위험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단계다.

11일 밤 몇 시간 동안 마욘 화산이 용암을 내뿜었고, 용암은 남동쪽 계곡을 향해 흘러내렸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마욘 화산에서 14km 떨어져 있는 알바이주의 주도인 레가스피 해변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레스토랑과 술집에서 황급히 뛰어나와 이 화산의 분출 장면을 사진으로 찍기도 했다.

10일 필리핀 알바이주 레가스피 다라가 타운에 있는 학교 임시 이전 장소에 ​​피난민들이 도착하고 있다. /AP

수도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33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욘 화산(해발 2462m)은 필리핀 내 24개 활화산 중 가장 불안정한 화산으로, 필리핀 주요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2018년 마지막으로 대분출을 해 수십만 명이 대피한 적이 있다. 1814년에는 마욘 화산의 대폭발로 마을들이 전부 용암 속에 파묻혀 1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알바이주의 많은 사람들은 화산의 위험성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생활하고 있다. 한 주민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화산 주변 관광 여행을 포함해 마욘에서 생겨난 다양한 관광 활동으로 지방의 많은 기업들이 부자가 됐다”고 말했다. 11일에도 레가스피 시민들은 디스코 파티를 열거나 주말 모임을 가지면서 평상시처럼 주말을 즐겼다.

8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 알바이주에 있는 마욘 화산에서 흰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이날 필리핀 화산지진연구소(PhiVolcs)는 "이르면 수일 내로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분출될 수 있다"고 밝히며 폭발 경보를 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연합뉴스
11일 필리핀 북동부 알바이 주 레가스피에서 볼 수 있듯 마욘 화산이 사면 아래로 시뻘건 용암을 분출하고 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