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튼 한복판에 나타난 벌떼들. 약 15분 뒤 나타난 전문가가 벌떼를 빌딩 외벽에서 떼내고 있다. 출처 : mickmicknyc via Storyful

지난 9일(한국시각) 한낮 미국 맨해튼의 중심가인 타임스스퀘어 인근 도로가 수만 마리의 벌떼로 뒤덮혔다. 벌들은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람들 머리 위를 날아다녔고 일부는 건물 외벽에 옹기종기 모였는데, 성인이 양팔을 펼친 너비 만한 큰 창문의 절반이 뒤덮일 정도였다. 길가를 지나던 사람 중 일부는 허리를 숙이고 벌을 피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어떤 사람들은 재미있다는 듯이 휴대전화를 꺼내들어 벌들의 비행을 찍었다.

벌들이 출몰한 곳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현대 미술관과 뉴욕 힐튼 미드타운 등이 있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오가는 맨해튼 한복판이었다. 소동은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벌 전문가가 와서 처리할 때까지 약 15분 동안 계속 됐다. 챙 넓은 모자, 두꺼운 장갑 등 베이지색 보호복을 입은 전문가는 빌딩 외벽에 붙어 있는 벌들을 조심스럽게 긁어 왼손에 들고 있던 벌통에 쓸어 담았다. 이 광경을 촬영한 마이클 사무니 블랭크는 “주위에 온통 벌 뿐이어서 마치 안개가 자욱한 것 같았다”며 “그래도 벌에게 쏘이거나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맨해튼 한복판의 ‘꿀벌 대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과 2021년에도 벌들이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18년에는 타임스스퀘어 인근 핫도그 가게 차양막 위로 벌떼 수백마리가 내려 앉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뉴욕경찰(NYPD) 소속 벌 전문가가 흡입기를 가져와서 벌떼들을 모두 빨아들이고 나서야 상황이 진정됐다. 2021년에도 비슷한 지역에 약 2만5000마리의 벌들이 나타나 경찰이 출동했다.

2018년 NYPD는 맨해튼 한복판에서 잡은 벌을 데려다 안전한 곳에 새 집을 만들어주었다며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다. 출처 : NYPD Bees 트위터

사람들은 이 벌들이 어디에 있다가 나타났는지 궁금해 한다. 다만 2018년 사건 때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벌이 출몰한 지역 인근 호텔 루프탑에 있는 벌집에서 날아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출몰 지역 인근에는 뉴욕 힐튼 미드타운과 인터컨티넨탈 뉴욕 바클레이 호텔 루프탑에 있다. 당시 기준으로 뉴욕 힐튼 미드타운에서는 약 45만 마리의 벌을 키우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뉴욕에서는 2010년부터 민간 양봉이 합법화 됐고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벌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벌들이 도심 한복판에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018년 NYPD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벌들은 더운 날씨 속에 몸을 시원하게 식힐 곳을 찾는 것일 뿐”이라고 트위터 계정에 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도심 한복판에서 잡힌 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2021년 NYPD는 “잡은 벌을 ‘안전한 곳’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2018년에도 NYPD는 “벌들은 진공청소기로 벌들을 데려간 경찰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며 벌들의 새로운 보금자리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아무리 사람들을 놀래켰다고 해도 죽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