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바다에서 최대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가 죽으면서 미국 텍사스주 한 해변가를 물고기 사체가 하얗게 가득 채운 사진과 영상이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수온 상승으로 수중 용존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고 분석했다.
11일(현지 시각) 미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미 텍사스 남부 브라조리아 카운티에서 기온이 33도까지 치솟으면서 퀸타나 해변에 죽은 물고기들이 해안에 쌓이기 시작했다.
퀸타나 비치 카운티 공원의 직원은 CNN에 “지난 9일 아침 처음으로 사건을 목격한 이후 약 9km의 해변에 수십만마리의 죽은 물고기가 밀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물 위에 떠 있는 물고기 사체는 마치 큰 담요 같았다”고 말했다. 감독관은 “17년 동안 공원에서 일하는 동안 물고기 사체가 해변으로 밀려 들어온 건 세 차례였는데, 이번이 지금껏 본 것 중 물고기 사체가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모습을 찍은 영상을 올리고 “브라조스강 하구부터 브라이언 해변을 지나 퀸타나 해변까지 동쪽으로 쭉 물고기 사체가 있었다”며 “처음엔 이게 적조 현상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고 했다. 이 네티즌이 올린 영상을 보면 해변을 따라 물고기 사체가 끝없이 펼쳐져 있으며, 밀려오는 파도에 물고기 사체들이 이리저리 출렁이는 모습도 담겼다.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죽은 물고기는 대부분 멕시코만 청어(Gulf Manhaden)로, 이번 사건의 원인을 수중 용존 산소(물에 녹아 있는 산소) 부족 현상 때문으로 보고 있다.
퀸타나 비치 카운티 공원 측은 공식 페이스북에 ‘부족한 용존 산소는 멕시코만 청어를 죽이는 데 어떤 역할을 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시원한 물은 따뜻한 물보다 산소를 훨씬 더 많이 담고 있다. 수온이 21도 이상 올라가면 청어는 산소를 얻기 힘들어진다”며 “공기가 바람과 파도를 통해 물과 만나 바다 내부에 혼합되는데, 이 때 공기 중의 산소가 물에 녹아들어 간다. 하지만 지난 3주 간 파도가 매우 잠잠했다. 또 햇빛에 의한 광합성은 낮 동안 용존 산소를 증가 시키는데, 최근에 흐린 날이 많았다”고도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발생하기 전에 물고기가 이른 아침 시간 수면에서 산소를 삼키려고 시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고 CNN에 전했다.
관계 당국은 현장으로 직원들을 급파해 청소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이 현상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퀸타나 비치 카운티 공원 측은 12일 페이스북에 “해변이 깨끗해졌다”며 청소 작업이 완료된 해변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렸다. 텍사스 관계 당국은 성명을 통해 “죽은 물고기들은 대부분 멕시코만에서 가장 많은 어획량을 자랑하는 걸프 청어다. 여름에 수온이 상승하면 어류가 집단 폐사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며 “브라조스강 물 샘플에서는 화학물질 방출의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