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서 전투 작전을 수행 중인 체첸군 특수부대원들. /로이터 뉴스1

러시아 국방부가 12일(현지시각) “체첸 공화국 특별부대의 ‘아크마트’ 그룹과 새로 전투 협력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전투 협력 계약은 러시아군을 대신해 전장에 싸우기로 하는 사실상의 용병 계약이다.

그동안 정규군을 대신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어온 러시아 민간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과는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프게니 프리고진은 전날 “러시아 국방부와 어떠한 계약도 체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해묵은 갈등이 최근 격화한데 따른 것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0일 “앞으로 모든 ‘자원 부대(자발적으로 전쟁에 참가한 비정규군)’는 국방부 장관의 통제를 받는다”는 내용의 계약서에 7월1일까지 서명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전투 중 사망이나 부상 시 본인 및 가족 지원 등에서 정규군과 동일한 혜택과 보호를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으나, 사실상 러시아군의 통제를 거부해온 바그너 그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프리고진은 “이런 내용의 계약서에는 서명할 수 없다”며 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바흐무트 공략에서 정규군보다 훨씬 많은 공을 세웠지만, 러시아 국방부가 (이를 시기해) 바그너 그룹에 적절한 무기와 탄약을 지원하지 않았다”며 쇼이구 국방장관 등 러시아 군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해 왔다.

바그너 민간 용병 단체의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23년 6월 1일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의 바흐무트에서 병력을 철수하고 러시아 정규군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과정에서 군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뉴스1

바그너 그룹은 최근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면서 체첸군과 임무 교대를 하고 있다. 새로 용병 계약을 한 체첸군은 지난해 2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부터 주요 전선에 일부 모습을 드러내 왔다. 본격적으로 전선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은 바그너 그룹이 올해 초 동부 전선 바흐무트 공략에서 2만여명의 사상자를 내며 심각한 전력 손실을 드러내면서다.

체첸군은 적군은 물론 민간인을 대상으로도 잔혹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교를 믿고, 스스로 ‘전투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체첸군 수장인 람잔 카디로프는 지난해 14세와 15세, 16세인 아들 셋을 전장에 보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말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견된 체첸군의 수는 70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