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명 중 8명이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견해를 보인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호감도를 보인 응답자가 10명 중 1명에 그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 한국인 10명 중 7명은 미중 간 패권 경쟁 속 여야 정당들이 한쪽 편을 들어 정치적 대립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미국 정치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은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3개국 18∼65세 국민 각 500명씩 총 1500명을 대상으로 미중 경쟁에 관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조사 대상이 된 3개국은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회원국이자, 중국이 이끄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회원국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7%가 미중 경쟁 속에서 자국 정당들이 각자 한쪽으로 치우쳐 정치적 대립이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가별로는 한국(70%), 필리핀(55%), 싱가포르(46%) 순이었다. 아울러 응답자의 90%는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지정학적 대립에 진입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2%가 미중 경쟁 심화의 결과가 부정적일 것으로 우려했는데, 국가별로는 필리핀(81%), 한국(67%), 싱가포르(38%) 순이었다.
자국이 직면한 주요 문제를 꼽으라는 항목(복수 응답)은 ‘실업과 경기 침체’(79.8%), ‘빈부 격차’(73.4%), ‘기후 변화’(63.3%), ‘미중 간 긴장’(49.2%), ‘글로벌 팬데믹’(48.9%) 순으로 나타났다. ‘미중 간 긴장’을 자국이 직면한 주요 문제로 꼽은 비율은 국가별로 한국(59%)이 가장 높았고 싱가포르(49%), 필리핀(41%) 순이었다.
미중 호감도 면에서는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중국보다 높았다.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3개국에서 70%로 나타났지만, 중국에 대해 우호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국가별로 미국에 대한 우호적인 견해는 한국 82.6%, 필리핀 81.6%, 싱가포르 48% 순이었다. 중국에 대한 우호적인 견해는 싱가포르 56%, 필리핀 30.2%, 한국 14.8%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9%가 ‘미국 정부가 자국에 모범이 된다’고 답한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26%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76%가 최근 몇년간 미국의 영향력이 자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답한 데 비해 중국에 대해서는 41%만이 이렇게 답했다.
유라시아그룹은 “미중 간 경쟁 사이에 낀 한국, 필리핀, 싱가포르 3개국은 모두 전략 지정학적으로 중요하지만 각국은 미국, 중국과 각기 다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이 대중의 의견과 선호에 민감한 만큼 이번 여론 조사가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 경쟁에서 이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