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본 NHK방송에서 요조우 미리아(왼쪽에서 둘째)양이 우크라이나 학생들에게 보낼 편지를 들고 미소 짓고 있다./NHK

“아무리 힘든 밤이라도 아침은 올 거야. 그러니 충분히 울어도 괜찮아.”

일본 후쿠시마현의 이와키시(市)에 사는 요조 미리아(17)양은 초등학생이었던 7년 전 이런 내용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당시는 요조 가족이 동일본 대지진(2011년)으로 후쿠시마를 떠나 피난처를 전전하다 5년 만에 고향에 막 돌아왔을 때였다. ‘내일은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엄마랑 아빠는 왜 항상 어두운 표정일까’ 늘 걱정에 시달렸던 요조는 우울과 무력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날 요조의 초등학교로 대만에서 편지가 왔다. 요조가 받은 편지 봉투에는 한자로 된 이름만 적혀 있어 발신자 나이도 성별도 알 수 없었다. 편지지에는 일본어로 “중요한 건 오늘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일 반드시 웃을 수 있을 거란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뒷면에는 “이 편지를 받은 당신이 행복하게 성장하길” “햇빛이 얼굴과 마주할 때, 따뜻한 사랑과 배려를 느낄 수 있길”이라고 중국어로 쓰여 있었다.

이는 대만의 한 학교에서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보낸 편지 중 하나였다고 한다. 12일 NHK에 따르면, 요조양은 이 편지를 ‘제1호 보물’로 삼고 고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 요조양은 NHK 인터뷰에서 “힘든 만큼 눈물을 흘려도 괜찮고, 그만큼 다음 날 웃을 수 있을 것이란 용기를 처음 가졌다”며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더라도 앞을 향해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조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이 편지를 떠올렸다. 동일본 대지진 때 자신이 경험한 고통 못지않은 어려움을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겪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요조가 다니는 고교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어린 시절 피난을 다녀야 했던 학생이 많았다. 작성자가 누군지 알지 못하지만, 그저 대만으로부터 왔다는 편지 한 통으로 희망을 얻어 지금은 이 학교 학생회장까지 맡게 된 요조는 “이번엔 우리가 편지를 써서 우크라이나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자”며 친구들과 뜻을 모았다.

일본 후쿠시마현의 이와키시(市)에 사는 요조 미리아(17)양의 편지를 받은 우크라이나 네오닐리아 키릴로프스카(15)양. 이 편지에는 “힘들어도 아침은 온다. 충분히 울어도 괜찮아”라고 적혀 있다./NHK

이들이 작성한 편지는 지난 3월 후쿠시마 비영리단체를 통해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의 소도시 이르핀으로 전달됐다. 러시아의 격렬한 공습으로 주택들이 파괴되고 민간인 학살까지 벌어졌던 마을이다. 지금도 주민 대다수가 임시 거처에서 살고 있다.

이르핀에 사는 우크라이나 소녀 네오닐리아 키릴로프스카(15)양은 침공 직후 중부 도시로 대피했다가 지난해 9월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그의 원래 고향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여섯 살이었던 2014년 러시아로부터 강제 병합된 곳이다. 이후 고향을 떠나 이르핀에 떠나 살던 그가 러시아 공습으로 다시 집을 잃게 된 것이다.

우울한 마음에 일주일 이상 외출하지 않곤 했던 키릴로프스카가 최근 일본에서 온 편지를 받았다. 요조가 보낸 편지에는 “아무리 괴로운 밤이라도 아침은 올 거야. 그러니 충분히 울어도 괜찮아” “햇빛 아래에서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할게”라고 우크라이나어와 일본어로 적혀 있었다. 키릴로프스카는 NHK에 “누군가 나를 사랑해주고 지지해주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피난처를 전전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은 서로 공감하고 있다. 우리를 지지해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요조의 편지를 포함해 후쿠시마에서 위로의 마음을 담아 이르핀에 보낸 편지는 500통을 넘어섰다. 편지를 받은 우크라이나 학생들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혼자가 아니란 걸 느끼게 됐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