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의 성전환 수술을 금지하는 미국의 주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첫 연방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이 미국 사회 진영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법원이 성소수자(LGBTQ) 쪽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2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아칸소주(州) 리틀록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무디 판사는 아칸소 주 의회가 제정한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 법안’에 대해 “의사의 치료권을 침해하고 트랜스젠더를 차별한다”며 시행 중단을 명령했다.
아칸소주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 법안’은 18세 미만 청소년의 성전환 수술을 불허하고,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성적 정체성에 맞는 호르몬 치료도 금지하는 내용이다. 미성년자들이 섣부른 판단으로 되돌릴 수 없는 성전환 결정을 하고, 위험한 수술과 시술을 겪어야 하는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취지다. 이 법에 따르면 아칸소주 의사들은 성전환 수술을 받으려는 미성년 환자가 다른 주에서 치료받도록 의뢰하는 것도 금지된다.
앞서 2021년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인 아칸소는 미국 50주 중 최초로 ‘미성년자 성전환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아칸소 주지사로 공화당 소속이었던 에이사 허친슨은 이 법이 “너무 포괄적이고 극단적”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그러나 주 의회는 법안을 재의결해 밀어붙였다. 이 법은 2021년 7월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으로 시행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아칸소에 이어 미성년자 성전환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텍사스·플로리다·인디애나·루이지애나 등 19주에서도 효력 중지 가처분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다.
연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아칸소주에만 적용되지만, 성소수자 권리 제한 입법을 추진 중인 주들에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아칸소 주정부는 “성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위험한 의료 실험에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게 한 판결에 실망했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