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미 연방 대법관이 과거 억만장자 기업인의 후원으로 ‘호화 낚시 여행’을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례적으로 “문제될 것 없다”고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그동안 미 사법부는 각종 의혹 제기에도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가 관행이었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보수 대 진보’ 판결에 대한 논쟁이 커진 가운데, 유독 보수 성향 법관들의 비위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잇따르자 이번엔 대법관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자 신문 오피니언면(A17면) 통단 톱으로 “(독립 인터넷 탐사 매체) ‘프로퍼블리카’가 독자들을 오도하고 있다”는 제목 아래 200자 원고지 35매 분량의 칼럼을 내보냈다. 이 칼럼은 ‘낚시 여행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새뮤얼 얼리토(73) 대법관이 직접 썼다. 인터넷 ‘프로퍼블리카’가 얼리토로부터 반론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WSJ가 지면을 통해 얼리토 대법관에게 선제적인 해명 기회를 준 셈이다.
2006년부터 대법관을 지낸 얼리토는 지난 2008년 7월 공화당 성향의 헤지펀드 운영자인 억만장자 폴 싱어와 함께 알래스카에서 연어 낚시를 즐겼다. 당시 얼리토는 싱어의 개인 비행기를 이용했고, 숙박 비용도 싱어가 냈다. 이에 얼리토는 “알래스카 ‘킹 새몬 롯지’의 수수한 방 하나짜리에 3일간 묵었고, 음식이나 와인도 비싼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 싱어 관련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된 사실은 몰랐고 이후 자신이 우호적인 판결을 내린 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의혹을 제기한 ‘프로퍼블리카’는 지난 4월엔 보수 성향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이 텍사스 부동산 재벌이자 공화당 기부자 할런 크로 부부와 인도네시아 등지로 호화 요트 여행을 다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WSJ가 이전에도 얼리토의 기고문을 싣는 등 양측의 관계가 가깝다”면서도 “‘낚시 여행’을 제공한 측에서는 ‘프로퍼블리카가 유독 보수 성향 대법관들만 집중 공격한다’고 반박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