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의 최후 저항 거점이던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80여 일간의 투쟁 끝에 생포됐던 우크라이나 지휘관들이 조국 땅을 밟았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던 전직 마리우폴 주둔군 지휘관 5명과 함께 귀국했다. 이번 석방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한 후 이뤄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 지휘관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뒤 “우리는 튀르키예에서 돌아오고 있으며, 영웅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있다. 그들은 마침내 그들의 친척들과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은 개전 직후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이 제철소는 유럽 최대의 제철소 중 하나로 면적은 약 10㎢에 달한다. 이 곳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은 정규군, 국토방위군, 자원병과 경찰 등으로, 주력 전투부대는 아조우 연대였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3개월가량 이어진 포위전 끝에 작년 5월 러시아에 함락됐다. 우크라이나군 2400여명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요새로 삼아 마지막까지 항전했다. 굶주림과 부상을 버티며 싸웠으나 러시아군이 무차별적 포격을 퍼부으면서 결국 투항했고, 2000여명의 병사가 포로로 붙잡혀갔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재로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사로잡은 우크라이나군 일부를 포로교환으로 석방했다. 그러나 지휘관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귀국하지 않고 튀르키예에 머물러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휘관들이 귀국할 수 있던 배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들이 석방될 수 있도록 도와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고 남은 포로들도 전원 귀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개전 후 500일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저항정신의 상징인 이들 지휘관의 귀국 사실이 알려지자, 러시아는 합의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도 우리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합의에 따르면 이 우두머리들은 분쟁이 종식될 때까지 튀르키예에 남았어야 했다”며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 모두 협상 조건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주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나토 회원국들이 튀르키예를 강하게 압박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텔레그램 등을 통해 마리우폴 영웅들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다. 이날 귀국한 전 지휘관 중 한 명인 데니스 프로코펜코는 지난달 개시된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 작전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우크라이나가 전략적 주도권을 잡고 진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튀르키예 대통령실 공보국은 우크라이나 지휘관 석방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