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탈퇴로 또다시 들썩이는 곡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유럽연합(EU)이 팔을 걷어붙였다. EU 회원국 영토를 통한 ‘육로 수출’을 늘려 우크라이나의 안정적 곡물 수출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보조금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EU의 발표에 국제 곡물가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5일(현지 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27국 농업장관회의를 열고 “흑해 수출길이 막힌 우크라이나 곡물 거의 전부를 EU의 ‘연대 회랑(Solidarity Lanes)’을 통해 수출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EU 연대 회랑은 지난해 5월부터 EU가 운영해 온 우크라이나 곡물의 우회 수출로다. 폴란드와 루마니아, 몰도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EU 회원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연결된 10여 개 육로와 하천 수로를 이용한다.
EU 집계에 따르면, 이미 지난 1년간 4100만t의 우크라이나 곡물이 EU 연대 회랑을 통해 수출됐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전체 곡물 수출 중 약 60%로, 흑해를 통한 수출량(나머지 40%)의 1.5배에 달한다.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우크라이나의 월 곡물 수출량은 약 400만t 규모인데, 이미 지난해 11월에 EU 연대 회랑으로만 400만t을 수출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흑해 수출길이 막혀도, EU 연대 회랑을 통하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EU는 우크라이나 곡물이 우회 수출될 때 발생하는 추가 운송비를 EU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키로 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발표가 나오자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한때 밀은 2%, 옥수수는 1.3%, 콩은 0.4% 가격이 내렸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실(크렘린궁)은 이날 “(러시아 은행의 국제 자금 결제망 참여 등) 요구 사항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은 흑해 곡물 협정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감소분을 러시아산 곡물 수출 확대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며 서방의 제재 완화를 거듭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