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 방어망 시스템 분야 전문가인 크리스토프 살로몬 탈레스 부사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각)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대도시가 많은 한반도 전역을 드론(무인기) 공격에서 보호하려면 고도의 인공지능(AI)을 접목해야 합니다. 레이더 탐지 과정에서 방해가 되는 새 한 마리까지 정확하게 걸러내야지요. 또 명중률이 높고 비용 효과적인 대공 무기 체계를 2중, 3중으로 배치해서 최단 시간 내 격추해야 합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방위 산업체 탈레스(Thales)의 크리스토프 살로몬(49) 부사장은 드론 등 공격에 맞서는 대공 방어 무기 체계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과학 기술 엘리트의 산실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하고 프랑스 국방부에서도 근무했다. 그는 지난 28일(현지 시각) 파리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프랑스나 한국 같은) 선진국 대도시에서도 드론 공격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됐다”며 드론 공격에 맞서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북한은 지난 27일 미국의 MQ-9 ‘리퍼’ 무인 공격기를 닮은 드론을 공개하는 등 한반도 유사시 공격 위협이 커졌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드론전(戰)이 이어진다. 살로몬 부사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드론 공격의 위력과 그 위험성이 드러났다”며 “전 세계적으로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맞설 수 있는 첨단 방공망 수요가 향후 5년 내에 5~10배 폭증할 수 있다”고 했다.

드론이 현대전의 총아(寵兒)로 떠오르면서 방공망 구축 방식에도 큰 변화가 필요해졌다는 진단이다. 살로몬 부사장은 “과거엔 탄도·순항미사일이나 로켓포탄, 박격포에 대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후 (러시아의) ‘킨잘’ 같은 극초음속 미사일이 등장했고, 이제는 작은 크기에 저공 비행까지 가능한 무인 공격기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위협의 복잡성은 물론 그 절대적 양도 폭증했다”고 강조했다. 전장에서 탄도·순항·극초음속 등 여러 종류의 미사일이 섞여서 날아오는 가운데, 드론 수십기가 떼로 합세한 형태의 파상 공격이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누 프랑스 국방장관(왼쪽부터), 파트리스 케인 탈레스 그룹 회장,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지난 2월 프랑스 리무르의 탈레스 공장에서 대공 방어 무기 시스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들 뒷편에 보이는 장비가 이 회사의 '그라운드마스터 200' 방공 레이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맞서기 위해 한국에도 방공 시스템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로이터

이에 대응해 각국 방산 업체들은 첨단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살로몬 부사장은 “마하 8~10의 속도로 날아오는 킨잘은 100㎞ 밖에서 발견해도 대응 가능 시간이 30초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이미 300~400㎞ 밖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탐지할 수 있지만 그 범위를 수천㎞까지 확장하는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넓어지면 처리해야 할 정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는 “반경 400㎞만 돼도 프랑스 혹은 한반도 전역을 커버하는 넓이”라며 “새, 풍선, 민간 드론과 항공기 등 수만개 물체 중 진짜 ‘위협’을 찾아내려면 초당 테라바이트(TB)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고도의 AI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공 무기 체계도 진화하고 있다. 그는 “한 대 수천만원짜리 드론을 상대로 수억원짜리 미사일을 마구 쏘아댈 수는 없다”며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의 궤적을 보고 대공 미사일과 대공포, 안티 드론(anti-drone·드론 잡는 드론) 등 다양한 대공 무기를 최적화해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AI 기술도 개발했다”고 했다. 특히 “앞으로 수십대의 드론을 떼로 보내 타격하는 ‘드론 무리(swarm of drones)’ 공격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전자파를 쏴 여러대의 드론을 무력화하는 HPM(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무기, 또 저렴한 비용으로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로몬 부사장은 “한국·대만에서는 반도체 공장 등 전략 산업 시설도 대비가 필요하다”며 “최근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큰 성과를 내고 있는 한국 방산 기업들과 협력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는) 드론의 전방위적 위협에 맞서 민간 부문에서도 대공 방어 시스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의 경우 내년 파리 올림픽 기간 드론 테러 가능성에 대비, ‘파라드(PARADE) 방공망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원자력 발전소, 대형 콘서트장, 고층 건물 등을 노리는 드론 테러에 맞서는 방공망 구축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