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알래스카 지역에서 빙하 붕괴로 인한 멘덴홀강 홍수로 주택 1채가 유실되는 모습이 거주자에 의해 포착됐다. /ABC 보도화면

급작스레 불어난 강물에 강변에 있던 고급 주택이 무너지며 강으로 곤두박질치는 데에 10초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주말 미국 알래스카주 주도인 주노에서 빙하 붕괴에 따른 홍수로 여러 채의 집이 무너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저지대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2023년 8월 5일 미국 알래스카 주노에서 빙하 홍수로 인해 불어난 강물에 강변 주택의 지반이 침식되면서 주택이 무너져 내렸다./로이터 뉴스1

7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기상청(NWS)은 5일 밤 주노 인근 멘덴홀 빙하 측면 분지가 붕괴해 멘덴홀 호수 수위가 높아지면서 나무가 물에 잠기고 둑이 무너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로 인해 멘덴홀강 주위 건물이 유실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주민들이 대피했다. 주노 지역 관계자는 “최소 건물 2채가 유실됐으며 1채는 부분적으로 손상됐다”고 ABC 뉴스에서 밝혔다. 이번 홍수로 다리와 도로가 폐쇄됐다. 시 당국은 6일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멘덴홀강 홍수로 무너지는 집. /소셜미디어

ABC뉴스 등의 보도 영상을 보면, 지난 5일 멘덴홀 강의 물이 불어나면서 강변에 있는 주택 한 채가 그대로 강으로 무너져내렸다. 이 영상을 촬영한 거주자 샘 놀란은 ABC뉴스에 “집이 홍수로 무너질 때까지 1시간 이상 지켜봤다”며 “정말 슬펐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서서 지켜보는 것뿐이었다”고 했다. 다른 영상에서는 나무 등 잔해가 멘덴홀 강에서 떠내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멘덴홀 호수 수위는 지난 5일 밤 11시 30분 기준 14.97피트(약 456.3㎝)로 정점을 찍었다. 이는 2016년 7월 기록했던 최고수위 11.99피트(365.5㎝)보다 2.98피트(90.8㎝) 높아진 수치며, 적정 수위보다 5피트(152.4㎝) 높은 것이라고 NWS는 전했다. NWS의 기상학자 앤드류 박은 “이는 우리의 예상치를 뛰어넘었고, 지역 사회에 상당히 파괴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런 현상이 기후 변화 때문인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했다. 멘덴홀 호수 수위는 6일 오전부터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으나 현지 기상 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빙하 붕괴로 물이 불어난 멘덴홀 강에 나무가 떠내려가는 모습. /NWS 소셜미디어

NWS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2011년 이후 매해 여름 발생하고 있다. ‘빙하호수 붕괴 홍수’로 불리는 이 현상은 온난화에 따라 빙하가 녹으면서 빙하에 갇혀있던 물이 틈새로 빠져나가 강이나 호수 수위를 높이면서 홍수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2011년부터 과학자들이 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올해는 기록할 만한 사례라고 전했다. 앞으로도 이 지역에는 매년 이같은 홍수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됐다.

과학자들은 ‘빙하호수 붕괴 홍수’ 등 이런 극단적인 현상이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해에는 빙하 붕괴와 이례적 계절성 폭우로 파키스탄의 농경지 등이 물에 잠겨 최소 1700명이 죽고 집 수백만 채가 무너졌다. 과학자들은 현재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폭우, 홍수, 가뭄, 폭염 등 극단적 날씨의 근본 원인으로도 기후변화를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