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9일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내 보관 중인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보관 탱크 모습./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은 ‘처리수’로 표기)를 방류하기로 한 가운데 태평양을 접한 관련국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국·러시아 등은 반발하는 반면 한때 반대 의사를 밝혔던 피지·쿡아일랜드 등 태평양도서국(태도국)들은 ‘우려는 있지만 방류는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해류의 흐름상 오염수가 먼저 도착할 미국·캐나다 등 북미 국가 및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나라들은 별다른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하는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을 겨냥해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며 “이날(오염수 방류일인 24일)이 해양 환경 재앙의 날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4일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는 전 세계적으로 나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주중 일본대사도 초치해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쑨웨이둥 부부장이 이날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쑨웨이둥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매우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면서 “일본이 남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중국 정부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의) 해양환경, 식품안전, 공중보건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은 일본산(産) 수산물 수입 통제에 착수했다. 홍콩의 환경생태국 국장(장관급)인 셰잔환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수입 금지 대상은 후쿠시마·도쿄·지바·이바라키·도치기·군마·미야기·니가타·나가노·사이타마 등 일본 10개 현의 수산물이다. 모든 종류의 활어 및 냉동·냉장·건조된 수산물, 바다 소금, 신선·가공 해초 등이 포함된다. 홍콩은 이미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직후부터 후쿠시마와 그 인근 지역 5개 현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했는데, 이번에 수입 금지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이다. 중국 본토에서는 최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했다. 지난달부터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물질 검사를 강화해 일본산 생선이 중국 세관에서 묶이는 일이 잦아졌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 수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다.

러시아는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이 과학적 이유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일본 측에 오염수를 증기(蒸氣)로 바꿔 대기에 방출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지난달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태도국들은 반대에서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다. 18국이 참여한 태평양도서국 포럼(PIF) 의장인 마크 브라운 쿡 아일랜드 총리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은 PIF와 일본 정부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8개월 이상 협의한 끝에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 검증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피지의 시티베니 라부카 총리는 지난 21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결론 내린 IAEA 보고서를 지지한다고 했었다. 라부카 총리는 “IAEA의 안전 기준은 매년 유엔과학위원회의 추정치를 기반으로 검토된다”고 했다.

미국·유럽 등은 방류를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엄격한 처리 절차를 거친 것으로 안다”며 IAEA의 검증 결과를 신뢰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원전 사고 이후 시행했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지난 3일 철폐했다. EU 회원이 아닌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등에서도 같은 날 수입 규제 조치를 없앴다. 미국과 영국은 각각 2021년, 2022년에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철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