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각)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러시아 당국도 프리고진이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이륙, 상트페테르부르그로 향하던 개인 항공기가 서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마을 근처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무원 3명과 승객 7명 등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 추락 항공기는 엠브라에르사(社)의 ‘레거시’ 기종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항공당국(로사비아치야)은 이 사고와 관련해 “프리고진과 드미트리 우트킨(바그너그룹 공동 창립자)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은 로사비아치야를 인용, “탑승자 명단에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이름이 포함된 것이 확인됐다”며 “지금까지 4명의 시신이 발견됐으며, 프리고진 역시 (이번 사고의) 희생자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프리고진이 사망했다는 물적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바그너그룹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도 이날 “(프리고진이 탑승한) 엠브라에르 항공기가 모스크바 북쪽의 트베르 지역에서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그레이존측은 목격자의 말을 빌어 “이 비행기는 이륙 30분만에 연기를 내뿜으며 지상으로 추락, 화염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2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 등 러시아 군 수뇌부 처벌을 요구하며 무장 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서남부 로스토프나도누를 점령하고 모스크바 턱밑까지 진군했다. 그러나 24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만 하룻만에 반란을 중단하고 회군했다.
그는 반란 중단 대가로 처벌을 면하고 벨라루스로 근거지를 옮긴 뒤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이를 오가며 지냈다. 군부와 푸틴 대통령 충성파에 의한 신변 위협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프리고진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7일 러시아·아프리카 국가 정상회의가 열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나타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표단을 만나는가 하면, 지난 21일에는 아프리카로 추정되는 한 사막에서 위장복 차림에 소총을 들고 서있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건재를 과시해 왔다.